대구참사 장례식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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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30일 오전 희생자 24명의 장례식이 치러진 대구시립의료원 별관 영안실에는 하얀 소복차림의 20세 신부 吳동희씨가 생후 3개월 된 딸을 안고 밖에서 들려오는 유족들의 통곡소리에도아랑곳없이 깊은 시름에 잠겨 보는 사람들을 안타 깝게 했다.
吳씨는 21세의 남편 金대용(섬유회사원)씨가 출근길에 타고 간 대구2거 4392 티코승용차 안에서 한쪽 팔이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탄 채 발견됐지만 더 이상의 시신을 찾지 못하자 유골이라도 찾기위해 무작정 병원으로 왔던 것.그러나 영안실의 한 직원은『의사와 경찰이 발급하는 사망확인서와 사망진단서를 제시하지 않으면 유골을 내놓을 수 없다』며 유골인도를 거부.
○…영남중 3학년 신재경군의 어머니 都연숙(42)씨는 30일오전6시 대구의료원 영안실 빈소앞에 평소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인 프라이드치킨을 갖다놓아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都씨는『재경이가 통닭구이를좋아해 마지막 가는 길에 한없이 먹고 가라고 빈소에 놓았다』면서 통곡.
○…장례식이 집중적으로 치러진 30일 대구시수성구만촌동 대구시립화장장에는 희생자 33명의 영구가 무더기로 도착하는 바람에순서를 기다리던 유족들이 기다리다 지쳐 고함을 지르는등 항의소동이 빚어졌다.
시립화장장측은『동시에 8구를 화장할 수 있는 시설규모 때문에한꺼번에밀어닥친 유가족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었다』고 해명. ○…급우 朴종선(15)군을 잃은 영남중 3학년1반 학생14명은 30일 오후6시쯤 대구시 수성구만촌2동 시립화장장에서朴군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추도사가 시작되자『종선아,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믿기지가 않았다』며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朴군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추도사를 읽던 한 학생은『전날까지 우리와 같이 이야기하고 장난쳤던 네가 이렇게 싸늘하게 누워 있다니…』하는 대목에서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도시가스 폭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하수관의 악취를 가스누출로 잘못 안 시민들이 놀라 대피하는등 한때 작은 소동.30일 오후9시10분쯤 대구시북구노원3가 2동 현대부품 앞에서 대구북부 수도사업소측이 상수도관을 묻기 위 해 땅을 파다 하수도관을 깨 악취가 퍼지면서 시민들이 이를 도시가스누출로 알고 경찰과 소방서등에 신고.
[大邱=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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