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 정부 출범 더 이상 발목 잡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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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 임시국회가 새로 열린다.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두고 국회가 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표결 때문이다. 여야는 원래 26일 표결하려 했으나 통합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강경론이 등장해 표결이 연기된 것이다. 강경론자들은 한승수 후보 자체가 결격사유를 가지고 있고, 헌법상 총리는 장관제청권이 있어 장관 후보들에게 문제가 많으면 총리 후보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장관 후보 15명 중 이미 3명이 사퇴했다. 일부 후보는 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여부, 세금 납부, 논문 중복 게재 등 여러 문제와 관련해 의혹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일부 후보에 대해 여전히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야당으로서 장관 후보를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자세는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도 이제는 새 정부 출범이라는 대국(大局)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그동안 부적절한 관행이 있어 왔다. 그러니 공직자를 뽑을 때 이제는 어느 정도 타협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성직자를 공직에 보내는 게 아니다. 도덕·경력·재산에 하자가 있어도 장관직 수행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 사람의 능력을 믿고 일을 맡겨야 한다. 더 이상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순리다.

총리 임명동의 표결은 의원 각자에게 맡겨야 한다. 쉽게 얘기하면 자유투표다. 통합민주당 내에는 인준 거부를 당론으로 채택해 밀어붙이자는 의견도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총리 후보의 적격성에 대한 판단은 의원마다 다를 수 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거의 모든 사안을 자유투표에 맡긴다. 그만큼 의원 각자의 인격과 판단력을 존중하는 것이다. 한국도 자유투표 범위를 넓혀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 당론이 불가피한 사안도 있겠지만 총리 후보 표결 같은 것은 의원의 판단에 맡기는 게 자연스럽다. 자유투표에서 인준이 부결되면 한나라당도 승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