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백여명 사망 대형참사-대구 지하철공사장 도시가스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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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구 지하철공사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도시가스 폭발사고가 발생,등교.출근길 학생과 시민등 2백40여명이 사상하는 대참사가 빚어졌다.
지난해 10월 서울 성수대교 붕괴와 12월 마포구아현동 도시가스폭발참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이번 지하철공사장의 지극히 원시적인 안전사고는 전국민을 경악에 빠뜨렸고 전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국민들은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다짐이 얼마나 허황되고 겉치레에 불과한가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오전 7시50분쯤 대구달서구상인동70 영남고앞 네거리대구지하철 1-2공구(시공자 우신종합건설)에서 도시가스관이 폭발,등교길 학생과 출근길 시민등 1백3명이 숨지고 1백41명이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등교시간에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교사. 학생의 피해가커 사고현장에 인접한 영남중 학생 38명을 비롯,교사 1명과 학생 53명이 숨졌다.
더욱이 인근 보훈병원.성심병원.불교한방병원등 대구시내 20여개 병원에 분산 치료중인 부상자중에는 생명이 위독한 사람이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고로 지하철공사장의 복공판 3백여m가 붕괴되면서 출근길차량 60여대가 지하공사장으로 추락했고 주변에 있던 20여대가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또 공사장 부근 건물 58채가 전파되거나 부분적으로 부서졌으며 사고현장 반경 2백여m내의 주택.아파트.상가 유리창이 박살났다. 사고현장 주변에는 지하철공사에 사용된 대형 철제빔과 복공판,불에 탄 버스,뒤집힌 승용차등이 나뒹굴고 있는등 일대가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대혼란과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다.
사고지점 옆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崔병길(50)씨는『책을 정리하던중 「꽝」하는 큰 폭발음과 함께 기절한뒤 깨어나보니 지하철공사장을 덮어놓은 철기둥만 앙상하게 남아있고 검은 연기와 불기둥이 지하에서 50m정도 하늘높이 치솟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소방차 30대와 크레인 10대,경찰관.소방대원.
민방위대원.구청직원.군인등 2천5백여명이 투입돼 시체발굴과 중상자 구조작업을 폈다.
그러나 사고지점 지하에서 가스가 대량으로 누출돼 한동안 현장접근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파열된 상수도관을 통해 수돗물이 대량으로 쏟아져나와 구조작업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이로인해사상자가 더욱 늘어났다.
사고조사에 나선 검찰과 경찰 합동수사본부는 폭발이 지하 1.
5m에 묻혀있는 지름 2백㎜크기의 주배관과 옆으로 빠지는 1백50㎜의 지선 연결부위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연결부분에서 누출된 가스가 고여있다가 모종의 화원에 의해 폭발했거나 가스관이 파손된 상태에서 한꺼번에가스가 분출되는 바람에 가중된 압력을 이기지못해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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