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관계자 불러 조사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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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롯데에서 받은 불법 정치자금 2억원의 행방을 놓고 검찰과 열린우리당이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4일 밤 "지난해 9월께 안희정씨에게 (여택수씨가 건넨)2억원을 받아 당사 임대보증금의 일부로 사용했다"고 전격 고백했다.

그러나 검찰은 열린우리당의 고백이 나온 다음날인 5일 오전까지 "우리는 진술이나 증거가 나와야지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돈을 받은 쪽이 실토했는 데도 검찰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유입설'은 지난 3일부터 검찰 주변에 떠돌았다. 당시 소문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자 검찰은 "진술도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말했다 해도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 개인이 착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태도는 법률적.정치적 문제를 함께 고려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呂씨에 대한 사법처리와 관련된 부분이다. 呂씨가 단순히 롯데 측에서 열린우리당으로 가는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는 구속 사안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검찰 스스로 '입조심'을 했을 가능성이다. 呂씨 돈이 열린우리당 보증금으로 사용됐다면 열린우리당이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준 불법 자금을 받아 창당했음을 확인하는 셈이다. 총선을 앞두고 확정되지 않은 내용으로 무리하게 나서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항인 데다 사용처에 대한 진술이 엇갈려 조사내용을 일일이 밝히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5일 安씨와 이 돈을 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는 김원기 의원의 친척을 불러 조사했고, 조만간 金의원과 열린우리당 창당주비위 관계자들도 조사할 계획이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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