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경기 양평군 수입리 林虎星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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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은 허구(虛構)였다.
임호성(林虎星.45)씨는 40대 중반의 어느날 갑자기 그가 안착(安着)했다고 여겼던 궤도에서 급전직하,「추락하고 있다」는것을 느낄 새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10여년간 일궈온 개인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그때 경기도양평군서종면수입리에서 표고버섯 농장을 하고 있던 누이가 『내려와 새로 시작해보라』는 권유를 해왔다.그러나 북한강변에 바로 접해있는 그 마을은 그가 모든 것을 잃었던 93년께만해도 강 건너편 가평쪽이 유원지로 조성돼 번성 한 것과는 달리 한가롭기 짝이 없는 동네였다.잠시 마음을 달래는 것이라면몰라도 눌러앉아 터를 닦기엔 바닥이 너무 좁고 얕아 보였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수입리와 서울을 오락가락하던 그의 눈에 뭔가 집히는 것이 있었다.고즈넉한 강변 정취에 매료돼 서울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생각보다 많이 드나들고 있었는데 막상 머무를 곳이 없으니까 동네를 빙빙 돌다 그냥 빠져 나 가는 모습이었다.사업을 하면서 몸에 밴 동물적 감각이 발동했다.
그 주위에서 사람들이 쉴만한 곳은 북한강변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 도로변에 자리잡고 있는 누이의 농장주택.
하지만 살림집을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어 머뭇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팔을 걷고 나섰다.누이 내외는 처음에 『표고버섯하는거나돕지 무슨 음식장사냐』고 하다 부인 신영수(申榮洙.42)씨의 애걸반 설득반에 결국 집을 내줬다.아무리 누이 집이었지만 셈은바로해야 타산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임대계약을 했다.
부지 1천5백평과 주택을 빌리되 새로 지은 40평규모의 통나무집 카페를 포함,시설 일체를 3년후 그대로 넘겨준다는 조건이었다. 통나무집 카페는 호주산 자투리통나무(목재로 쓰고 남은 지름 20㎝ 정도의 가는 통나무)와 국산원목을 섞어 평당 1백50만원(총 6천만원)으로 건축비를 낮췄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5월 누이의 농장주택을 개조해 「무드리(수입리의 순 우리말)가든」(0338○719190)을 열었고 12월에 「무드리카페」(0338○736563)를 개업했다.메뉴는누이의 농장에서 기른 무공해 표고버섯을 사용한 표고버섯 전골.
넓은 마당을 활용해 야외 통돼지 바비큐를 단체손님용 메뉴로 내놓았다. 탁트인 전망과 무공해음식.청정약수로 소문난 덕분에 서울에서 할아버지 내외분과 같이 살고 있는 딸(대학2)이 주말마다 내려와 일을 거들어야 할 정도로 단골손님이 늘었다.
『내려올 때는 서울로부터 「팽(烹)」당한 것에 가슴이 쓰렸지만 이젠 우리가 서울을 「烹」하기로 했어요.』林씨부부가 「서울콤플렉스」에서 헤어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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