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힐러리의 측근들을 인용해 힐러리가 친구들과의 통화에서 더 이상 “내가 대통령이 되면”이라는 단골 어구를 쓰지 않는 대신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게 마련”과 같은 ‘철학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지자들에게 “그동안 경선에 출마할 수 있게 도와줘 고맙다”고 말하는 등 ‘철녀’로 불릴 만큼 자신만만했던 모습과는 거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주 텍사스주에서 열린 오바마와의 TV토론에서 힐러리가 “오바마랑 토론하게 돼 영광이었다. 우리 둘 사이엔 결국 아무 문제도 없게 될 것”이라며 고별사처럼 느껴지는 발언을 하면서 사퇴설이 증폭되고 있다.
힐러리 참모진은 700명의 인력과 1억 달러 이상의 선거자금, 미 전역에 걸친 조직을 갖고도 ‘오바마 돌풍’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실책은 수석 선거전략가인 마크 펜과 선거 캠프 책임자였던 패티 솔리스 도일의 무능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패착이란 지적이다. 힐러리의 집권을 클린턴 왕가의 부활로 여기는 ‘클린턴 피로증’만 부추겼다는 것이다. 자연히 참모 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캠프의 기강도 떨어졌다. 지난 13개월 내내 새벽에 출근해 심야에 퇴근하던 참모들이 요즘엔 오후 9시에 휴대전화를 꺼놓고 퇴근해 버리는가 하면 일부는 며칠씩 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