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각료 공백 국민이 용납하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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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참 기분 좋은 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25일 오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낡고 해묵은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국민과 함께 미래로 활기차게 나가야 한다”고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10년간 야당 하다가 정권 교체하니 너무 감개무량하다”며 “국민을 향해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를 때로는 앞에서 끌고, 때로는 뒤에서 밀어 선진화의 국정 과제를 달성할 것이다. 국민에 뿌리를 두는 새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과 함께 선진화의 항해를 멋지게 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취임식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전 대표 등도 밝은 표정이었다. 정권 교체를 비로소 실감한 듯 미소 짓곤 했다.

한나라당은 하지만 기뻐하고만 있기 어려운 처지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의혹으로 24일 사퇴한 데 이어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26일 임명동의안도 통과될 전망이 썩 밝지 않다. 장관 인사청문회도 난관이 적지 않다.

통합민주당은 한 총리 후보자를 탐탁지 않아 하고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아예 청문회를 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취임식이 끝난 지 불과 두 시간여 만에 긴급 원내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총리가 내일(26일) 동의를 받지 못하면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다”며 “총리를 새로 뽑아 국무위원을 제청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적어도 1개월가량 국정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한 총리 후보자가) 별다른 하자가 없는데도 자꾸 문제를 삼는 난감한 상황인데, 총리도 각료도 없이 대통령 혼자 정부를 출범하는 걸 국민이 용납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소속 의원 전원(전체 의원 298명 중 130명)을 출석하도록 하고, 민주당 의원들을 개별 접촉해 설득하기로 했다. 안 원내대표는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협조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한나라당으로선 한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해선 그나마 덜 걱정하는 눈치다. 민주당 측이 역풍을 우려해 반대 당론을 채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고민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춘호 장관 후보자 한 명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로 낙마하는 후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후보자의 사퇴로 이미 헌법상 국무위원(15명)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지연을 이유로 15명을 못 채워도 국무회의를 여는 게 가능하다는 법 해석이 있다”며 “29일 첫 국무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하지만 “15명을 채우지 못한 국무회의는 비정상 체제”란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으로선 이래저래 골치 아픈 상황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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