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잡던 前수사관 경륜스타로 새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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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력범소탕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던 前 검찰공무원(수사계장)이 경륜선수로 변신,새로운 인생을 펼쳐가고 있다.
최근 1백90여명으로 구성된 경륜선수회 2대 회장으로 뽑힌 박명하(朴明夏.41)씨가 그 주인공.朴씨는 분명 정통 스포츠맨도 아니고 프로경력을 지닌 선수는 더더욱 아니다.단지 운동하는것 자체가 너무 좋아 더 늦기전에 자신이 원하던 길로 과감히 인생행로를 바꾼 것이다.
경륜 첫 시즌인 지난해 그는 모두 아홉차례 출전,우승.준우승을 두차례씩 거머쥐었고 강자끼리 겨루는 결승레이스에도 오를만큼돋보였다.나이로 보나 사이클경력으로 보나 무명에 가까운 그가 첫 우승을 차지했을땐 무려 1백20배의 고액배당 이 터져 관중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엔 성적이 부진하다.지금까지 6회 출전해 모두 최하위권에 그쳤다.지난해 경륜 마지막날(11월20일)레이스 도중낙차사고로 쇄골이 부서지는 큰 부상을 당해 겨우내 훈련다운 훈련을 해보지 못해서다.
朴씨는 사실 경륜에 입문하기전 검찰 수사계에서 알아주던 인물.대구교대 2학년때인 76년6월 4급(現 7급)행정직공무원시험에 합격,공무원 생활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같은해 11월 실시된 4급 검찰직 시험에서도 최연소(21세)로 수 석합격해 곧바로 대구지검 수사계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그는 91년 검찰복을 완전히 벗어버렸다.그런 다음 선택한 것이 철인 3종경기.하고 싶은 일을 안하고는 못배기는 그의 성미 때문.
특히 92년 제주도에서 열린 서울국제철인 3종경기대회에선 1백50여명의 외국선수들을 모두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당시 그는 8개월전 교통사고를 당해 대퇴부와 허벅지뼈가 으스러져 뼛속에 40㎝가량의 강철을 이식한 상태로 출 전,「인간 승리」의 진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그의 이같은 열정때문에 부인김애라(金愛羅.35)씨 역시 철인 3종경기에 투신,국내 여자선수중 몇손가락안에 꼽히는 실력자가 됐다.「후회없는 삶을 사는 것」이 인생철학인 朴씨는 곧 여의도에 법무사사무실을 개원할 예정이지만 철인 3종경기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상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이 여생의 최대목표다.
〈鄭太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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