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저자는말한다>더글러스 호프스태더 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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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능(intelligence)이란 여러개로 분리된 사실들(facts)을 모아놓는 것이 아니다.지능은 새로운 시각에서 사물을 파악하는 능력이다.이를 달리 표현하면 사물들 사이의 숨겨진연관성을 찾아내는 작업이다.인간에게만 이 능력이 있으며 기계로는 결코 완벽한 접근이 불가능하다.컴퓨터의 발달된 기술을 이용해 종전보다 인간의 사고에 보다 근접할 수는 있겠지만 완벽한 재현은 아직 저멀리 놓여있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실제 생활을 살펴보자.우리의 일상사는 칼로두부를 자르듯 모든 것이 명확하게 갈라지는 경우가 없다.한 상황에 이어 다른 상황이 이어지며 또 이것들이 복잡하게 연결되면서 둘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때 핵심적으로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 바로 유추과정.무엇이 어디에서 끝나고 또 무엇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를 결정하는 능력으로 이것이바로 「유연한 사고」의 중추를 구성한다.
인간의 모든 실존상황은 항상 「만약」이라는 식의 가정(假定),혹은 「그러나」라는 식의 반대의 경우가 끼어들게 마련이다.그런데 인간은 이런 복잡한 상황을 큰 무리없이 직감적으로 쉽게 이해한다.
인간두뇌에 여러상황을 동시에 고려하며 판단하는 다차원의 능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반기계는 이런 유동적인 경우에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서만 작동하도록 미리 자료가 입력됐기 때문이다.이를 인간의 신축적인 사유방식에 좀더 가깝게 다가서도록 하는 일이 바로 인공지능이 추구하는 방향이며 또 내가 이 책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시도한것이기도 하다.
인간 지각의 에센스는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찾아내는데 있다.가공되지 않은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로부터 의미있는 것을 추출하는과정에 다름 아니다.예컨대 이 책에서 나는 컴퓨터도 가능한한 사물들 사이의 패턴과 연관성을 찾아내며 창조적으 로 생각할 수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본래의 목적에 얼마나 다가갔는지는 자신할 수 없으나 나의 모든 연구는 이 문제들을 컴퓨터를통해 풀어보는데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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