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39년 역사 이어가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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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창간 이후 39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중앙일보를 모아온 독자가 이 신문을 모두 인터넷에 경매로 내놨다. 충남 서천에 거주하는 전직 공무원 박병용(65.사진)씨는 최근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옥션(www.auction.co.kr)에 중앙일보 39년치를 시작가 1백만원에 경매(경매번호 A010165135)에 부쳤다. 지난달 28일 등록된 이 매물은 6일 오후 10시까지 경매가 진행된다. 하지만 워낙 특이한 물품이라 아직 입찰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朴씨는 26세 청년이던 1965년 9월 22일 중앙일보 창간호를 시작으로, 최근 1만2180호에 이르기까지 매일 중앙일보를 수집해왔다. 이렇게 해서 모은 신문은 4t 트럭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의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朴씨는 집안 창고와 방.사무실에 분산해 보관하고 있다.

"어쩌다 신문이 안 오면 지국까지 찾아가 신문을 받아왔죠. 신문을 읽고 모으면서 역사와 함께한다는 생각에 귀찮은 줄 모르고 했습니다. 아내는 몇 번이나 그만 모으자고 채근했지만 어떤 사명감 같은 게 있었죠." 朴씨의 설명이다. 朴씨에겐 이처럼 소중한 신문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분량이 크게 늘자 집안에 더 이상 보관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요즘 신문은 양이 많아 1년치만 쌓아놔도 천장에 닿습니다. 의미있는 일이지만 더 이상 계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朴씨는 가족회의를 거쳐 매물로 내놨다. 15만원을 주겠다는 폐지업자에게 넘기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그러기에는 중앙일보와 함께한 40년이 너무 아까웠다는 게 朴씨의 말이다. 그래서 朴씨는 자신의 바통을 이어받아 좋은 뜻을 가진 박물관이나 개인 수집가가 인수해 중앙일보 모으는 일을 계속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돈은 의미가 없고, 적절한 제의가 들어오면 무상으로 기증할 생각도 있다고 한다.

"이제는 기술이 발달해 40년간 모은 신문도 CD 몇장으로 담을 수 있다더군요. 왠지 허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자신의 분신처럼 모아둔 중앙일보 39년치가 한없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보관한 신문의 상태로 당시의 날씨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온 날 배달된 신문은 맑은 날 온 것보다 더 쭈글쭈글합니다. 지나간 하루가 다 담겨 있는 셈이죠. 이걸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가진 중앙일보에는 보릿고개가 남아 있던 60년대부터 소득 1만달러가 넘는 나라로 발전하기까지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다른 누군가가 이어 받아 2만달러.3만달러 시절을 기록하는 중앙일보를 모아줬으면 합니다." 朴씨의 소망이다.

한편 중앙일보는 입찰 마감일까지 낙찰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朴씨가 희망하는 조건으로 이 신문을 인수해 독자서비스에 활용할 예정이다.

윤창희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cyjd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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