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수출 중국·인도로 '핸들' 꺽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아시아 시장으로 핸들을 틀고 있다. 저출산과 경기 둔화, 휘발유 가격 급등 등의 여파로 일본 내수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 이를 대신할 시장으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량 1위를 기록한 도요타는 올해 아시아 시장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16% 늘리기로 전략을 세웠다. 혼다(17%)를 비롯한 다른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두 자릿수 이상의 판매 증가를 목표로 내걸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24일 “북미 시장의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서 일본 자동차의 아시아시장 공략은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 메이커 8개사의 일본 내 판매 대수는 494만 대로 재작년보다 6% 줄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아시아 시장 판매 대수는 481만 대로 14% 증가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일본 내 판매는 지난해 수준인 반면 아시아 판매는 지난해보다 70만 대 이상 늘어난 55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별 판매 목표는 도요타 187만 대, 스즈키 105만 대, 혼다 91만 대 등으로 모두 일본 내 판매량보다 높게 잡았다.

아시아에서도 최대 공략 지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톈진(天津) 제3공장을 올해 풀가동시켜 ‘코롤라’를 연간 20만 대 생산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중국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70만 대로 세웠다. 혼다는 ‘어코드’를 전면 개량한 신차를 1월부터 시판하면서 중국에서 지난해보다 14% 늘어난 49만 대를 판다는 계획이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의 경영 전략도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일본 본사 중심의 운영체계를 현지화하고 모델 개발과 인력 양성도 현지 중심으로 바꾼다. 혼다는 중국 전용 브랜드 개발에 착수했으며, 스즈키는 인도의 연구개발 거점을 확충해 현지 전용 차량을 개발키로 했다.

이런 일본업체의 공세에 현대차 등 한국업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최근 인도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제2공장을 준공했고, 4월부터는 베이징현대공장의 생산 능력을 연 30만 대에서 60만 대로 크게 늘린다. 지난해 중국에서 23만 대를 판 현대차는 올해 중국 전략형 모델을 투입하며 38만 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을 4.6%에서 6.1%로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