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변속기 반응에 다이내믹한 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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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L의 엔진, 405마력의 출력 그리고 ‘억’소리 나는 가격. 말 그대로 ‘드림카’인 마세라티의 그란투리스모를 만나봤다. 그란투리스모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의 이탈리아 말로 마세라티가 6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상징적인 모델이다. 스포츠카의 날렵한 외관과 성능을 갖춘 동시에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쾌적함과 안락함을 제공한다.

외관에서는 마세라티의 삼지창 엠블럼이 각인된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과 볼륨감 있는 보닛의 캐릭터라인이 어울린다. 물결치듯 이어지는 곡선과 역삼각형 모양의 리어램프, 4개의 구멍으로 이뤄진 듀얼 머플러가 조화롭다. 실내에서는 호화로운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고급스러운 가죽시트는 몸을 잘 지탱해 주면서도 편안하고, 핸들과 짤막한 기어노브의 감촉이 스포츠카답다.

스포츠쿠페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뒷좌석은 쓸 만해 성인 2명이 앉아도 부족하지 않다.

시동을 거니 묵직한 배기음이 낮게 깔린다. 내심 박력 있는 사운드를 기대했던 터라 약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실망도 잠시, 발끝에 힘을 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발적인 배기음을 뽐내며 아스팔트를 박차고 나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고작 5.2초. 하지만 안정적인 가속 때문에 몸으로 느끼는 가속감은 그리 크지 않다.

시속 200km까지 별 어려움 없이 가속된다. 변속기의 반응이 빨라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하다. 날카롭고 정확한 핸들링도 돋보인다. 속도를 낮추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조용하고 여유로운 주행을 이어간다. 브레이크는 생각했던 것 보다 밀리는 느낌이다. 높은 출력에 맞게 바닥에 꽂히는 과격한 브레이크 성능을 생각했는데 딴판이다. 예민하지 않은 가속과 브레이크 성능에 여성 운전자들도 편하게 몰 만하다.

고출력 차량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고, 보다 극적인 주행을 원한다면 변속모드를 수동이나 S모드로 바꾸고 주행안정장치인 MSP를 꺼두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400마력의 후륜차를 안정장치 없이 주행하는 것을 그리 간단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그란투리스모는 일상생활에서도 잘 어우러지며 마음만 먹으면 짜릿한 주행도 가능하다. 장거리 주행을 문제없이 해낼 수 있으며 운전자를 위한 편의장비도 충분히 갖췄다.

오토조인스=장종훈 기자 autoja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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