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강부자’도 카네기 될 수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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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02면

내일이면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합니다. 5년에 한 번 있는 취임식, 사실상 10년 만의 정권교체인지라 여러 면에 걸쳐 기사화했습니다.

우선 가벼운 읽을거리로 MB 대통령의 청와대엔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2면에 다뤘고,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맞는 고향의 잔치 분위기를 4면에 실었습니다. 독자들이 보기 좋게 그래픽으로 만든 지면은 6, 7면의 취임식장입니다. 취임식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담았습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래 취임식장의 모습을 통해 그 정권의 국제정치적 위상과 속성을 살펴보는 분석 기사도 같이 만들었습니다. 취임식을 전후한 각종 뒷얘기도 8면에 모았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더군요(10면).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는 올랐습니다. 야당 지지도 역시 조금 올랐습니다. 부동층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우세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MB정권 인사를 두고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에 이어 ‘강부자(강남 땅부자)’란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부(富)의 문제는 총선은 물론 이후에도 오랫동안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부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지난 10년 정권과 MB정권을 가르는 잣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매우 근본적인 생각의 차이입니다. 기본적으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인간 사회이기에 많이 가진 자는 늘 적게 가진 자들의 비난과 질시를 받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이기심을 죄악시하지 않고, 그에 기반한 경쟁을 북돋우고, 그 결과물인 사유재산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했기에 부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비도덕적인, 불법적인 부의 축적이겠죠. 이번 주에 이어질 장관 청문회 등에서 이런 부분은 엄격히 검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열심히 일해 돈을 번 사람들이 한꺼번에 매도당하지 않겠죠.

더 중요한 것은 부자들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를 모범 사례로 꼽습니다. 미국 거부(巨富)들의 파격적인 기부철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글이 카네기의 『부의 복음(The Gospel Of Wealth)』입니다. 그중에서도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Disgrace)’라는 대목이 가장 유명합니다. 부는 ‘신의 축복’이며 따라서 부자는 신의 뜻에 맞는 좋은 일(Charity)에 부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매우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입니다. 우리나라 강부자도 카네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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