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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75) 서울 성동 한나라당 김태기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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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교수로서 유능한 제자들이 졸업을 하고도 일 자리를 못 구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 역시 괴로웠습니다.”

분구 대상인 서울 성동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의 김태기(48) 교수(단국대·경제학)는 “국회에 들어가 청년 실업, 고용 없는 성장 등 산적한 경제 문제들을 직접 풀어 보겠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암담한 우리 정치 현실도 바꿔 보고 싶다”고 털어 놓았다.

분구 대상 지역의 한나라당 ‘단수우세 후보자’로 확정된 그는 이론과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경제 전문가로 자처했다. 대학에 몸 담기 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했고, 그 후 김영삼 대통령 시절 대통령 비서실 교육·노동개혁 담당 비서관으로 근무했기 때문이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실업극복 국민운동본부 감사 등도 지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그는 많은 아이디어를 정부쪽에 제시했지만 잘 채택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천을 받은 한나라당에 대해선 “과거 실업 문제는 아예 관심 밖인 당이었지만 그나마 기업의 생리를 이해하는 유일한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정치인들이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정작 민생을 위해 희생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남 탓하기에 바쁘죠. 이런 ‘남탓 정치’를 하는 한 정치판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에 대해선 “당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고, 수권 야당으로서 국가를 이끌 시대정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선 “잘하는 분야가 생기기를 기원한다”며 “이대로 가다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는커녕 5천 달러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혹평을 했다.

“3김 이후 ‘제왕적 대표’는 끝났습니다. 그런 시대는 이미 갔어요. 이제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교섭하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이런 시대 흐름을 바탕으로 한나라당이 보수세력으 구심점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이른바 개혁 공천과 관련해 그는 이런 저런 연고주의가 판치는 현실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당이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가 광진갑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탈락하고 성동에서 나오는 걸 비판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항간엔 사천(私薦)이란 얘기도 있습디다. 하지만 명색이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사천을 받아 출마를 하겠습니까? 솔직히 성동 지역에 산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해당 지역 출신이라야 그 지역에 대해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습니까? 다른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성동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

▶지난 2월 29일 김태기 후보는 이색적인 자기 알리기에 나섰다. 3·1절을 하루 앞두고 제자들과 지역구를 돌며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친 것. 김 후보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일본측의 독도 망언이 이어진 시점에서 맞이한 이번 3·1절은 민족과 애국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성동 지역의 핵심 현안으로 지금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을 꼽았다. 그는 이곳을 “뚝섬을 중심으로 친환경 구로 바꿔야 한다”며 “이런 식의 개발은 자치구 차원이 아니라 광역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곳 성동은 서울 성장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수동 공단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의 개발 역사가 시작됐죠. 그런데 그 새 40년이 흘러 많이 낙후된 것도 사실입니다. 도시 전체를 리모델링해 지역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꿔야 합니다.”

그는 등원하면 ‘국회 신문’을 만들겠다고 했다. 의정활동 전반을 커버하는 신문이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막상 되고 나면 민생에 대해 무관심해 지기 쉬운데 이를 막으려면 유권자들 스스로 자신이 뽑은 의원들을 철저히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국회의 공방에만 관심을 보일 뿐, 의정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능은 미약한 실정입니다. 대안은 국회 내부에 감시 기관을 만드는 겁니다. 언론 매체를 만들어 의정 활동의 실상을 낱낱이 국민들에게 밝히는 거예요.”

그는 이번에 낙선하더라도 꿈을 접지 않겠다고 말했다. “많은 일을 해 봤지만 정치만큼 변수가 많은 분야를 보지 못했다”며 “때로는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의 모든 현안을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허풍 떨지 않겠습니다. 성동 유권자들의 총의를 수렴해 지역 발전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차근차근 실현해 가겠습니다. 그동안 강단에서, 현장 실무를 통해 많은 걸 느꼈고, 또 배웠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성동을 새롭게 변모시키겠습니다.”

김미정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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