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이 우롱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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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특검이 21일 오전 서울 역삼동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배석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이명박 특검팀의 문강배 특검보는 21일 BBK 의혹 사건에 대해 “검은 머리 외국인(김경준씨를 지칭·사진)에게 대한민국이 우롱당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특검팀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 직후 2시간30분에 걸쳐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시간을 가졌다. 김학근·최철·이상인·문강배·이건행 특검보와 윤석렬 파견 검사(대검 연구관) 등이 참여했다. 다음은 주요 질의응답 내용.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조사 형식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다.

“보통 수사였으면 당선인을 조사하지 않고도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이 사건이 큰 의혹 사건인 데다 BBK 동영상·명함과 관련해 직접 말을 들어봐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서면조사가 아닌 방문 조사를 택했다. 조사가 원래 오후 3시로 예정돼 있었는데 당선인 일정 때문에 늦춰져 오후 6시로 정해졌다. 우연히 시간이 흘러 밥 먹을 때가 된 거다. 가장 간단한 메뉴를 고르다 보니 꼬리곰탕이었다. 피조사자가 식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데도 못하도록 하는 게 옳은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문강배 특검보)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 명의 부분은 이상은씨 게 맞다는 판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정반대인데.

“검찰이 수사할 때는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여서 관련자들이 수사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에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검찰 수사 때 조사하지 않은)자금 관리인 이모씨 등도 모두 조사했다. 땅 매입 시기가 20년 전이라 우리도 자금의 출처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이상은씨가 목장 운영 관련 자료와 교회 기부금 영수증 등을 제출해 어느 정도 소명이 됐다.”(이상인 특검보)

-김경준씨는 특검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당선인, 수사 검사와의 대질신문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씨가 미국에서 조사 받을 때와 한국 검찰에서, 그리고 특검에서 하는 이야기가 모두 달랐다. 신빙성이 없는 진술로 일관돼 대질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이건행 특검보)

“김씨 측 변호사가 마지막 날 조사 때 ‘쇼를 잘 봤다. 대질을 안 해서 재미없어서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는데 정확한 말이다. 다만 쇼의 주체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재미를 위해서 쇼(대질신문을 의미)를 하자는데 그것을 다 받아줘야 하나. 세금으로 운영되는 특검이 김씨를 위한 흥행에 나설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문강배 특검보)

-김경준씨가 이른바 ‘한글 이면 계약서’를 미국 구치소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김씨와 함께 미국 구치소에 있던 신모씨가 특검에서 ‘2007년 10월 구치소에서 김씨가 비슷한 계약서를 갖고 있는 것을 보고 오자가 많아 지적해 줬는데, 지난해 김씨가 검찰에 제출한 계약서에는 오자들이 고쳐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계약서 자체가 진정성 면에서 성립이 안 되기 때문에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해선 별도로 수사하지 않았다.” (윤석렬 검사)

글=이상언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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