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유산을찾아서>12.새로 발견된 화엄정토변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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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번에 발견된 『화엄정토변상도(華嚴淨土變相圖)』는 몇가지 점에서 고려불화 연구에서 논란이 돼온 쟁점사항들에 많은 해답을 제시할 것이 기대된다.
고려불화는 지난 78년 일본 나라(奈良)의 야마토분카칸(大和文華館)이 세계 최초로 고려불화 전시를 개최하면서 동양미술을 대표하는 또다른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세계에 소개됐다.
당시까지 국내에는 고려불화가 서너점밖에 남아있지 않아 본격적인 연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의 특별전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일본을 왕래하면서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인 고려불화에 대한 연구에 착수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현재까지 국내외에 알려진 총 1백여점의 고려불화는 아미타불만그린 그림 혹은 협시보살이 함께 등장하는 그림, 『관무량수경』등 정토경(淨土經)관련 변상도,관음보살이나 지장보살에 관한 그림등 몇가지 도상에 한정돼 있었다.
새로 발견된 고려불화는 도상학적으로 볼때 화엄사상과 정토사상을 한데 결합시킨 화엄정토사상을 그린 변상도다.
화엄정토사상은 불교철학의 최고인식론 체계인 화엄사상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정토신앙,즉 염불만 지극히 외면 마음속의 불성(佛性)이 빛을 발해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불교신앙이 결합된 사상신앙 체계다.
지난 2개월동안 이 불화에 매달려온 홍윤식교수는 불화 아래쪽에 보이는 다섯여래의 손모습인 수인(手印)을 정밀검토,다섯여래가 왼쪽부터 아미타여래.석가여래.아미타여래.비로자나불.아미타여래임을 밝혀냈다.
이는 곧 아미타여래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이지만 비로자나불의 모습도 함께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미타의 세계에 화엄철학까지 담은 화엄정토사상을 그린 그림이 분명하다고 홍교수는 설명했다. 고려시대의 화엄정토사상은 12세기 말과 13세기 초에 걸쳐 불교계를 중흥시켰던 보조국사 지눌(普照國師 知訥)에 의해확산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이번에 발견된 『화엄정토변상도』가적어도 13세기중엽에는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고려불화는 남송 불화의 영향을 받았던 12세기 고려 전기와 그후 독자적인 고려풍(高麗風)이 확립된 14세기의 후기불화 사이에 새로운 형식과 도상들을 그렸던 또다른 시기가 존재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화엄정토변상도』는 오는 7월 中央日報社와 호암미술관이 공동개최하는『대고려전(大高麗展)』에 출품돼 국내에 일반공개될 예정이다. [東京=尹哲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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