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08미국대선] 세상을 바꾸는 영파워 ① 낡은 정치는 가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는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로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던 젊은 세대를 올해 대선판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다음달 4일 텍사스·오하이 오주 경선을 앞두고 15~19일 이들 지역에서 유세를 벌이는 오바마를 젊은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밀워키·샌안토니오 AP=연합뉴스]

“미국의 젊은 층은 부시 행정부의 거짓말과 부패에 좌절해 정치에 등을 돌려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신 적극적인 참여를 선택했다. ‘오바마’로 상징되는 분출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더 네이션’은 올해 미 대선에서 분출하는 젊은 유권자의 열기, 정치 신인인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예상 밖 선전을 이렇게 아울러 설명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미국의 젊은 층은 이라크전과 지구온난화, 경제 불황이 최고의 관심사다. 이들 중엔 오바마를 지지하지만 꼭 집어 ‘민주당’을 선호하지 않는 ‘무당파’가 40%에 달한다.

뉴욕 타임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냉전·산업화·베이비붐 등 부모 세대에 속한 모든 것을 탈피하려는 이른바 ‘포스트 에브리싱(post-everything) 세대’인 젊은 층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인이 바로 오바마라는 것이다. 워싱턴의 기성 정계와 확실히 선을 긋고 민주당과 무당파는 물론 공화당까지 포용해 변화를 실현하겠다는 오바마의 주장이 젊은 세대의 취향과 맞아떨어져 그들을 정치 참여로 이끌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올해 미국 대선에서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는 놀라울 정도다. 24개 주에서 경선이 치러진 ‘수퍼 화요일’(2월 5일)의 경우 모든 주에서 2000년과 비교해 4~14%포인트까지 젊은 층(18~29세)의 투표율이 급증했다. 특히 테네시주에선 2000년 3만5000명에 불과했던 젊은 층 투표자가 14만 명으로 네 배 넘게 늘어났다. 이들 젊은 유권자 중 60~70%는 민주당에 투표했다. 또 그들 중 60~70%가 오바마에게 표를 던져 대선판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것이다.

미국에서 18~29세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21%인 4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대선 투표율은 18세에 처음 투표권을 부여한 1972년의 52%를 정점으로 하락을 거듭하다 2000년 40%, 2004년 49%로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대선은 젊은 층의 변화에 대한 열기로 60% 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유권자들은 선거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록 더 보트(Rock the vote)’ ‘영 보터 팩(Young voter Pac)’ 등 젊은 층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유권자 단체에 수백만 명의 회원이 몰렸다. 이들은 선거운동에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활발히 활용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친구의 휴대전화로 ‘우리주 경선 D-0일’ ‘투표자 등록하는 방법’ 등 각종 정보를 매일 문자메시지로 퍼뜨리는가 하면 마이 스페이스·페이스북 등 인기 웹사이트에 지지 후보와 관련된 뉴스를 실시간 중계한다. 자기 돈을 들여 수백를 달려가 지지 후보를 위해 선거을 운동한다.

한편 선거판에 이들 ‘영파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젊은 층에 대한 후보들의 구애작전도 치열하다. 오바마는 유세 후 무대 뒤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고교생들을 초대해 친근한 만남의 시간을 가진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딸 첼시를 앞세워 ‘힐러리의 학생들(Hillary’s Students)’이란 조직을 만들어 가동 중이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포스트 에브리싱(post-everything) 세대=뉴욕 타임스가 18~29세의 미국 젊은이들을 지칭한 말. 이들은 부모 세대인 ‘베이비 붐’ 세대를 지배한 냉전·산업화 시대의 가치관과 거리를 둔다. 또한 2001년 9·11 테러가 야기한 갖가지 심리적 증후군에서도 벗어나고자 한다. 이처럼 기존의 모든 가치관을 부인하고 변화를 갈구하는 세대라는 뜻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