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王孫 李錫 파란만장의 삶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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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한 왕조의 몰락 과정에서 왕족이 겪어야 하는 삶의 궤적은 민초들의 그것보다 어쩌면 몇배 더 고달플지 모른다.
한 나라의 왕자로 태어나 지금은 밤무대 가수로 생업을 잇고 있는 「마지막 왕손」 이석(李錫)의 인생역정이 드라마로 제작된다. KBS1-TV『인간극장』에서는 이석의 삶을 소재로 「왕자의 노래」(김혜린 극본.전성홍 연출)편을 제작,5월6일부터 4부작으로 방송한다.이 드라마에서는 그의 미군부대 가수생활,수차례에 걸친 결혼과 이혼,미국 불법체류등 파란만장한 삶 의 자취가 그려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고종이 상하이(上海)의 독립운동자금을 댔으며 의친왕이 3.1운동의 배후인물이었다는 역사적 비화도 소개된다.
이석은 고종의 손자며 의친왕의 아들.1941년 궁중의 전화 교환수였던 신여성 홍정순(당시25세)과 의친왕(당시64세)사이에서 태어난 그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의분에 차 있었다고한다. 일제의 독살을 염려해 평소에도 비상을 조금씩 갈아먹어 내성을 기르고,늘 칼을 품고 잤다는 의친왕은 1945년 해방을맞으며 남다른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러나 해방후 6.25가 발발했을 때는 어머니의 떡장사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고 전후 이승만정권 때는 구황실재산처리법에 따라 남아있던 황실재산마저 모두 국고로 귀속됐다.
중3때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식당아줌마가 된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이석은 1960년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에 들어가 미군부대 가수 모집에 응모,가수겸 MC의 길로 들어섰다.
『일제의 철저하고도 계획적인 식민사관이 황실을 무능하게 인식하도록 했다』고 주장하는 그는 현재 『실제 독립운동은 황실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국을 돌며 황실의 독립운동사를 다시 쓰고 있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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