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크리스털 팰리스 영국FA컵서 불상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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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맨체스터는 크리스털의 영원한 적이다」.
영국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크리스털 팰리스 사이에 올들어 악연이 계속되고 있다.
두팀간 경기가 벌어진 날에는 어김없이 사고가 생겼고 그 피해자는 공교롭게도 항상 크리스털 선수와 팬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에릭 칸토나 사건이다.
프랑스 출신인 맨체스터 스트라이커 칸토나는 지난1월26일(이하 한국시간) 런던에서 벌어진 정규리그 크리스털과의 경기에서 후반3분만에 크리스털의 리처드 쇼에게 심한 태클을 하다 퇴장당했다. 잔뜩 불만에 찬 얼굴로 그라운드를 벗어나던 칸토나는 갑자기 관중석으로 뛰어들어 자신을 야유하던 크리스털 팬을 2단 옆차기로 공격했다.
칸토나는 발로도 모자라 주먹으로 마구 팼다.
결국 칸토나는 올 9월말까지 세계 어느곳에서 벌어지는 경기에도 출전할 수 없다는 처벌을 받았다.
사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두팀은 FA(영국축구협회)컵 준결승에서 운명적으로 만났다.
칸토나 사건으로 잔뜩 독이 오른 양팀 응원단은 지난10일 경기가 벌어지기전 경기장인 버밍엄 빌라파크로부터 불과 16㎞떨어진 곳에서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이 와중에 폴 닉슨이라는 35세 남자가 버스에 깔려 죽는 불상사가 일어났고 닉슨 역시 크리스털 팬이었다.현장에서 용의자인맨체스터 응원단 3명이 체포됐으나 이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맨체스터는 정규리그 2위팀이고 크리스털은 19위에 불과했음에도 묘하게 일이 꼬이느라고 이 경기는 2-2로 비기고 말았다. 영국축구협회는 같은 장소에서 13일 재경기할 것을 결정했다. 크리스털 구단과 응원단이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닉슨이 억울하게 죽은 기분나쁜 장소에서 재경기를 가질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경기는 강행됐고 크리스털은 맨체스터에 2-0으로 완패,결승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2차대전후 벌어진 준결승사상 최소관중인 1만8천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맨체스터는 스티브 브루스와 팰리스터가 한골씩 넣는 수훈으로 결승에 진출,에버튼과 패권을 다투게 됐다.
크리스털 구단이나 팬들은 맨체스터와의 악연이 지금이라도 빨리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孫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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