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결재-기업.관청.연구소등 활용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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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자결재시스템이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면모를 크게 바꾸고 있다.온라인으로 즉결 처리되는 결재절차는 거침없는 업무의 흐름을 유도해 업무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결재서류를 든 간부들이 사장실앞에서 방안 공 기를 살피며가슴죄는 모습은 이제 한 장의 낭만적인 그림으로 남고 컴퓨터를사이에 둔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1대1 대좌(對坐)」가 새로운풍속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업무혁신의 축지법(縮地法)이라 할 수 있는 전자결재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는 현장을 가본다.
[편집자註] LG전자 하이미디어 사업그룹 이광우(李光雨.41)전략기획실장은 출근하자 마자 컴퓨터앞에 앉는다.부지런히 자판을 두드려 해외투자계획서를 전자결재시스템으로 작성한 그는 곧 이 보고서를 사내통신망(LAN)으로 연결된 재무담당이사와 사장의 컴퓨터로 전송한다.
1시간후 李실장의 컴퓨터에 재무담당 이사의 「승인합니다」라는결재 메시지가 전송되고 일본 출장중인 사장도 3시간만에 현지에서 노트북컴퓨터로 같은 메시지를 보내 왔다.「고속 결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전자결재시대의 새풍속도다.
여느 직장에서는 워드프로세서로 기안지를 작성하고 규격에 맞도록 여러번 프린트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 결재판을 들고 임원실과 사장실을 한바퀴 도는데 적어도 한 나절이 걸리는 것이보통이다.윗 분이 출장이라도 가면 결재서류도 며 칠씩 대기해야했다.李실장은 『전자결재가 도입된 뒤에는 신속한 의사결정뿐 아니라 임직원간의 정보를 공유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매우 빨라졌다』고 전자결재시스템 도입 이후의 변화를 설명했다.
전자결재시스템이 도입된 뒤 이 회사 사무실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서류를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 것.대부분의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기 때문에 종이는 결재 내용을 프린트해 보관하는데 쓰일 뿐이다.이같은 변혁을 가져온 전자결재시스템은 LG화학등 그룹내 10여개 계열사로 확산돼 사용중이다.
한국통신도 전자결재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이 시스템은 결재자의 서명이나 도장을 이미지로 처리,컴퓨터에 직접 날인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한 것.결재권자가 화면에 나 타난 서류결재란에 자신의 비밀번호를 입력시키면 서명 또는 날인이 자동으로 찍힌다.
삼성그룹도 지난 89년 전자결재 기능을 지닌 그룹 정보시스템「토픽스」를 구축했다.이 시스템은 사원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자번호(ID)로 부여,전사원이 인사.비용결재등에 전자결재를 하고있다.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 도입할 그룹정보시스템 「싱글스」에전자결재 기능을 부여,해외 지사로까지 전자결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보통신부.외무부.주택공사등 정부 및 공공기관,충북도청.
울산시청등 지방 행정기관에서도 전자결재시스템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외무부도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외무행정업무를 전자결재로 처리하고 있다.중앙컴퓨터(주전산기)에 2백50여대의 PC를 연결,결재를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한국화학연구소는 지난해 상반기 전자결재시스템을 도입,행정실과연구실을 사내통신망으로 연결해 모든 서류를 컴퓨터로 결재하고 있다.또 공중통신망과도 연결,연구원이 집에서 자료를 보내고 받을 수 있다.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지난해 3월 정 부출연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운용하고 있는등 많은 기업과정부기관들에서 전자결재시스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金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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