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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수학 포기 … 영어 '올인' SAT로 '수시 5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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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세다대를 비롯해 국내외 5개대학 수시전형에 합격한 김예은양이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고려대 안암캠퍼스를 배경으로 서 있다. 정치호 기자

일본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서강대 법대, 이화여대 국제학부, 한양대 국제학부 합격. 올해 명지외국어고를 졸업한 김예은(19)양의 대학 입시 성적표다. 김양의 내신은 5.5등급. 중하위권 성적으로 경쟁률이 수십 대 1인 수시 전형 5관왕에 올랐다. 고려대 새내기가 된 김양을 만나 합격 비결을 들어봤다.

 ◇장단점 따져 맞춤형 입시전략 짜야=김양은 스스로를 ‘수포(수학 포기)학생’이라고 표현했다. 수학이 평균 6, 7등급이어서 수능에 올인하기가 불안했다. 국제학부 진학을 결정한 것은 고1 겨울방학 때다.

“세 살에 미국에 갔다 6년간 있었고 중3때 교환교수인 아버지를 따라가 1년 살았어요. 수학이 약해 수능으로는 힘들겠다고 판단했어요. 공인 영어성적을 반영하는 대학 정보를 수집했죠.”

김양은 자신의 장·단점을 분석해 맞춤형 입시 전략을 짰다. 영어 성적을 키우고 내신을 보완하기 위해 비교과 영역과 논술 준비에도 힘썼다.

◇단어집 한 권만 10번 이상 반복 학습=김양은 무엇보다 영어 공부에 공을 들였다. 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SAT에도 도전했다. 독해·수학·에세이 과목을 보는 SAT에 대비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SAT 단어집 ‘Word Smart’와 문제집 ‘College board SAT’를 구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김양은 “단어집은 여러 권 보기보다 책 한 권만 10번 이상 반복해 공부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기억하기 쉬운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 통째로 외웠고, 책에 실린 예문도 외웠다. 『해리포터』 『게이샤의 추억』 등 영어 소설도 꾸준히 읽었다.

김양은 “SAT 에세이를 쓸 때 고급 어휘를 많이 쓰면 채점관들이 주목한다”고 조언했다. 그 결과 SAT 점수를 2020점(2400점 만점)을 받았다. 김양은 또 연세대 글로벌전형이나 다른 대학 국제학부 전형에서 유리한 AP 시험(미 대학과목 선이수제)을 봐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신문 일기로 논리력과 시사 상식 키워=김양은 고교 3년간 신문일기 스크랩북을 10권 만들었다. 시사상식도 늘리고 논리력도 키우기 위해서였다. 영어신문과 국내 일간지에서 1면 뉴스 한 건과 국제·사회면 기사를 골라 줄거리를 다섯 줄로 정리했다. 뒷면에는 원고지 서너 장 분량으로 자기 의견을 썼다. 그 덕분에 공인 영어점수도 껑충 뛰었다. 토플(iBT) 114점, 토익 980점, 탭스 924점으로 상위권이다. 영어 학원은 별로 다니지 않았다.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영어 면접 대비는 실전처럼=한양대·이대 국제학부가 50%, 서강대 법대가 70%를 반영하는 영어 면접에도 공을 들였다. 김양은 “면접관이 어떤 걸 물어볼까 생각해 노트에 시사 관련 질문을 수시로 기록했다”며 “이를 토대로 자세·말투·눈빛까지 실전처럼 연습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What do you think about korean economy?”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신문 경제면에서 얻은 수치와 자료를 인용하는 식이다.

시사 이슈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김양은 노트에 자기 생각을 정리한 뒤 친구에게 다시 질문해 달라고 했다. 김양은 “영어 면접을 치를 때 면접관 앞에서 반드시 입학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해 좋은 점수를 딴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간 관리가 합격 비결=기숙사 생활을 한 김양은 철저히 학습시간을 관리했다. 수업 시작 20분 전 영어신문을 탐독했고 자투리 시간도 낭비하지 않았다. 학기 중 쉬는 시간마다 단어를 외워 하루에 단어 100~200개씩 해치웠다. 김양은 “3학년 때 공인 영어시험을 8차례 치르러 다니다 보니 시간이 아까웠다”며 “1학년 때부터 시험을 열심히 치러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비교과영역 점수를 높이기 위해 시간을 쪼개 모의 유엔총회 활동과 번역 자원봉사, 영어 경시대회 참가, 학교 모델 활동도 꾸준히 했다.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 틈이 날 때는 전공할 분야에 대한 정보도 챙겼다.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에 도전하기 위해 대학 홈페이지에서 학교 역사·특성·커리큘럼을 철저히 조사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인 김양은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부족한 점을 억지로 극복하려고 하기보다는 자기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전형과 공부법을 찾아 파고들면 대학 입학의 문은 열린다”고 말했다.

박길자 기자 dream@joongang.co.kr, 일러스트= 김문주, 사진=정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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