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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선진화 통해 대한민국 선진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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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한민국 선진화는 한반도 선진화를 통해.”

진보개혁 성향의 대표적인 잡지인 ‘창작과비평’(이하 ‘창비’·편집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이 2008년 봄호(19일 출간 예정)를 펴내며 책머리에 내건 슬로건이다. 진보진영의 대선 참패 충격을 해소하면서 새로운 진보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창비적 해법’이다. 진보개혁진영이 대선 이후 이렇다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하는 양상까지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보수진영의 ‘대한민국 선진화’ 슬로건을 직접 겨냥하면서 ‘한반도 선진화’를 맞세웠다. 선진화라는 지향점은 같지만, 그 경로와 대상이 남한만의 선진화가 아닌, 남한과 북한을 아우르는 한반도의 선진화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창비’ 2008 봄호는 ‘한반도에서의 근대와 탈근대’라는 특집을 통해 이같은 견해를 내놨다. 1980년대 후반 이래 창비가 줄곧 주창해 온 ‘근대와 탈근대의 이중과제’라는 창비의 전통적 노선이 다시 부활한 셈이다.

이중과제란 근대의 장점은 더욱 발전시키고, 근대의 단점은 탈근대적 관점에서 해소하려는 일석이조의 전략이다. 이중과제의 핵심 고리는 한반도 분단체제의 해소다.

이번 특집에는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의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한반도 개혁’, 창비 주간인 백영서 연세대 교수의 ‘동아시아론과 근대적응·근대극복의 이중과제’ 등의 글을 실었다. 특집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핵심 이념은 ‘변혁적 중도주의’(2006년초 백낙청 편집인이 처음 제기)다.

백낙청(사진) 편집인은 특집 말미에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와 나눈 장문의 대화를 실었다. 이 대화에서 그는 “근대 적응과 근대 극복의 이중과제라는 세계사적 차원의 담론이 한반도에 적용될 때는 분단체제 극복론이 되며, 이는 다시 남한 사회 내에서의 변혁적 중도주의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변혁적 중도주의’란 진보 진영이 이념의 차이를 내세워 갈라지기 보다는 중도적인 방향으로 가면서 최대한의 대중적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백 편집인은 대선 때 자신이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앞장선 데 대해 “패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단일화가 되면 승리한다는 전제로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완전히 패배주의에 젖어서 할 수 있는 노력조차 안한는 것은 본인들을 위해서 나쁜 건 물론이고 승자를 위해서도 좋지않다는 논리였지요.”

그는 또 ‘BBK 특검’에 대한 견해도 내놨다. “법리에 기대서 새 정권의 조기퇴진을 이끌어내려는 건 정답이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들이 진실을 알고 그 진실을 아는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을 지켜보면서, 정부에 대해 추궁할 건 추궁하고 잘하는 건 잘한다고 인정하고 밀어주는 가운데 국민들의 각성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을 생각을 해야지요.”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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