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걸음 증시’바닥 탈출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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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긴 이르지만 악재에 대한 ‘항체’는 생겼다.’

전 세계 증권시장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란 악재에 내성을 찾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잇따라 악재가 나왔지만 시장은 냉정을 잃지 않았다. 이 때문에 증시가 반등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 미국과 중국에서 발표될 경제지표의 방향이 아직 불확실해 반등을 기대하는 건 이르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유럽 대형 투자은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공개도 변수다. CJ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악재가 산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증시도 상당한 내성이 생겨 어지간한 악재가 나와도 지난달 말 나타났던 ‘패닉(공황)’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내성 생긴 증시=코스피지수는 이날 오전 1700선을 가볍게 넘겼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하락세로 마감했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후 들어 악재가 잇따랐다. 포스코가 브라질에서 들여오는 철광석 값을 62%나 올려주기로 했다는 소식에 살아나던 철강·조선·기계주가 급락했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6.1%에 달했다는 소식도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의 고삐를 바짝 죄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는 한때 1680선까지 밀렸다. 그러나 장 막판 개인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 하락세를 되돌렸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47포인트(0.09%) 오른 1696.24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654.71로 3.14포인트(0.48%) 오른 채 마쳤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악재 돌출에도 코스피지수가 오름세로 마감한 건 내성이 그만큼 생겼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성은 미국 증시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주말 뉴욕 증시는 미국의 2월분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가 큰 폭으로 악화됐고, UBS가 은행권의 서브프라임 손실이 2030억 달러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 주가 고비=중국(19일)과 미국(20일)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나 중국의 긴축정책 방향은 이 지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일 나오는 미국의 1월 주택경기 관련 지표도 관심사다. 지난해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가 주택경기에 약발이 있었느냐를 가늠케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얼마나 센가도 큰 변수다. 미국 경기 침체에도 증시가 버텨낸 건 중국이 빈 자리를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오면 긴축정책의 강도가 강해져 이 같은 기대가 빗나갈 공산이 커진다. 유럽은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 발표도 ‘시한폭탄’이다. 유럽에서는 이번 주 바클레이스·소시에테제네랄·BNP파리바·ING와 같은 대형 은행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비슷한 악재가 그동안 노출돼 왔기 때문에 지표가 전문가 예상치를 크게 빗나가지만 않는다면 시장이 급등락하는 현상은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정경민·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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