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외교 손발안맞아 갈팡질팡-主務部없어 개방압력 속수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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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의 통상 외교가 혼선을 빚고 있다.최근 미국이 자몽의 통관 지연을 문제삼아 우리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과정에서 통상문제를 다루는 관계부처간에 손발이 맞지 않자 급기야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 다.
金대통령은 최근 수석회의등을 주재하면서 재정경제원이 통상 현안들을 좀더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0일에는 홍재형(洪在馨)부총리와 한승수(韓昇洙)청와대비서실장등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긴급 통상관계장관 회의까지 가졌지만 원론적인 수준 이외의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우리 정부가 대외 통상관계에서 이번처럼 효과적인 대응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각 분야의 현안들을 취합,책임지고 종합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주무 부처」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우선 통상산업부는 현안인 농산물이나 금융등 서비스 부문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다.
또 과거 경제기획원 시절 총괄 조정기능을 담당했던 재정경제원은 이제 조직에서나 인력면에서 더이상 그같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외 교섭의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외무부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통상 외교는 외무부 몫」이란 주장에집착하고 있다는 것이 경제관련 부처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조직과 인력 면에서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등 경제 부처는 과거에 비해 통상담당 기구가 새정부 들어 대폭 축소됐다.
통상산업부의 경우에도 통상정책국.통상진흥국등 2개국 아래 10개과 1백여명의 인원이 통상을 담당하다 통상외교를 강화하겠다고 단행된 정부조직개편 이후에는 오히려 인원이 줄어들었다.
물론 수세적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와 달리 분야별로 협상 창구가 나뉘어 있는 것이 오히려 개방압력을 버텨내기 쉽다는 견해도 있다.그러나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현안별로 정부 입장을 조화.조율하는 중심축이 이 렇다하게 없다보니 최근과 같은 문제점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李鎔宅.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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