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61)씨가 지난달 27일 열린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의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임기 2년의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황씨가 문화단체의 장을 맡은 것은 1988년 민예총의 전신인 민족문화운동협의회(민문협) 대표를 지낸 뒤 처음이다.
황이사장은 3일 자신의 임기 중 민예총이 중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 방향 세가지를 밝혔다. "문학.미술.공연 등 기초예술이 너무 침체돼 있다. 젊은 작가들에게 먹고 살 길을 마련해 주는 게 급선무다. 또 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국민 전체가 뭔가 저조한 상태인 것 같다. 신명 한마당을 불러일으킬 문화운동을 펼칠 생각이다."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의욕을 보였다. "올해는 북핵 관련 6자회담이 열리고 미국 대선도 있다. 남북관계가 어느 때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간 문화교류를 적극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11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황이사장은 "다음달 영국으로 가 2년간 머물 계획인 데다 방북사건으로 투옥됐다가 98년 출감한 후 잠시 부이사장을 지낸 적도 있어 처음에는 이사장직을 고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사장을) 한번은 거쳐주어야 후배들이 맡을 수 있다"는 주변의 설득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결국 황이사장은 e-메일로 연락사항을 주고받고 귀국할 때마다 업무를 처리하는 식으로 민예총을 이끌기로 했다.
황이사장과 민예총의 인연은 각별하다. 민족문학작가회의.민문협 등이 뭉쳐 민예총을 결성할 때 민문협 대표를 맡았었다. 황이사장은 "87년 대선을 겪으며 분열됐던 진보세력이 88년 전국적인 조직으로 통합되는 상황에서 민예총도 출범했다"고 회고했다.
?민예총=1970~80년대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했던 문화예술인들의 모임.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목표로 내걸고 88년 12월 23일 창립한 '민족예술인총연합'의 약칭이다. 최근엔 민족문화의 전통을 계승.전파하면서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문화운동을 펴고 있다.
신준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