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형"은 원칙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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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北韓)경수로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단순 명쾌하다.
3분의 2 이상의 돈을 대는만큼 경수로는 한국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이것은 원칙의 문제다.정부가 이 원칙하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對北)협상에 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일부 야당의원들이 6일 국회 외무통일위원회에서 이런 정부의 기본입장을 두고 꼭 강경론만을 고수할 필요가 있느냐고 문제제기를 한 것은 여간 유감스럽지 않다.자국의 이익챙기기에만 골몰하는 듯한 미국측 의도에 말려드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정부의 입장은 강경론이 아니라 원칙론이다.미국이 과거 우리에게 원조하면서 썼던 정책이 미국물자구매정책(Buy American Policy)임을 상기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푼돈 정도라면 몰라도 30억달러의 돈을 대는 어마어 마한 프로젝트다.또통일후 사후관리를 위해서도 그렇다.
야당의원들의 유화론(柔和論)제기는 이 협상이 갖는 본질적 문제를 간과했거나 의도적으로 눈감아버린 데서 기인한다.한국형이라는 것은 경수로의 한국製 시공을 포함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뜻한다.韓.美.日 3개국 정부가 누누이 천명한 사 항이다.따라서 한국형 명칭고수에 집착하다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는 야당의원들의 발언은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것이다. 러시아製를 희망한 북한 제의의 수용의사를 물은 어떤 야당의원의 질문은 야당의원의 유화론 논지와도 어긋난다.체르노빌원전폭발사건을 잊어버렸단 말인가.
우리 일부 국회의원들의 유화론이 미국에 이용당하지 말란 법이없다.미국은 이미 그런 시각을 관.민 양쪽에서 띄우고 있는 판이다.우리의 원칙론을 강경론이라 불평하고 있는 미국측 의도에 놀아나는 일은 절대 금물(禁物)이다.
가장 경계해야할 사항은 명칭만 양보하면 북한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순진무구한 시각이다.그럴 경우 미국은 미국대로 자국이익을챙기고,북한은 북한대로 우리를 봉(鳳)으로 만드는 또다른 트집을 들고 나와 우리의 민족자존을 짓밟으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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