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직원 침묵이 회사 망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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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35면

Q:소시에테제네럴(SG)은행의 트레이더인 제롬 케르비엘이 불법 선물거래로 회사에 70억 달러의 손해를 끼친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멕시코시티서 조지 곤살레스 헨릭슨)

로그 트레이더 예방하려면

A:SG에서 제롬 케르비엘의 불법 거래는 ‘비밀’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의 불법 행위가 적발되기 전에 동료들이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는 데 돈을 걸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그 친구한테 분명히 문제가 있어. 그는 뭔가 느낌이 이상해”라며 뒷담화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겁니다.

직원들은 대부분 윗사람들이 나쁜 소식, 그것도 ‘직감’에 의존한 나쁜 소식을 보고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윗사람은 직원 간 실적 경쟁을 부추기는 데 급급할 뿐입니다. 물론 사원들이 익명으로 제보하거나 보고할 수 있도록 비밀 창구를 마련해 놓은 회사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채널을 이용하는 직원들은 거의 없습니다. 사내 의견함은 비어 있기 일쑤고, 옴부즈맨은 전화벨이 울리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리스크 관리를 매우 투명하게 한다는 기업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차라리 문제 직원이 스스로 사라지거나 외부에 적발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보는 거지요. 당신 회사 분위기가 이렇다면 케르비엘 같은 사기꾼에게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뒤통수를 맞는 셈이지요.

남 몰래 회사 돈으로 불법 또는 편법으로 거래하다 큰 손실을 야기하는 ‘로그 트레이더(악덕 트레이더)’는 흔한 존재입니다. 1994년 미국의 투자은행인 피바디는 조 제트라는 채권 담당 트레이더의 불법·편법 거래로 수억 달러를 날렸습니다. 그의 동료 몇몇은 제트를 오랜 기간 의심했다고 합니다. 금융계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난해 한 대학생이 총을 마구 쏴 32명의 생명을 앗아간 버지니아공대 사건도 침묵이 사건을 키운 사례입니다. 사건이 터진 뒤 ‘그가 일을 저지를 것으로 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버지니아공대는 후속 대책으로 안전 규정을 재정비했습니다. 겹겹으로 안전 장치를 마련했지요. 이는 피바디에서 사후 대책을 세운 일과 비슷합니다. 이후 SG은행에서 무슨 일이 진행될지 알 만하지요.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새로운 재무관리 기법이 시행되겠지요. 이런 대응은 십분 이해할 수 있고 또 필요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케르비엘이 저지른 금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습니다. 대신 다른 곳에서, 다른 유형의 사기꾼이 또 다른 방법으로 사고 치겠지요. 범죄자들의 상상력은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나니까요.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비즈니스 리더는 직원들이 사내 문제를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도록 해야 합니다. 회사는 소수의 용감한 직원들이 하는 말을 들어야 1분이라도 빨리 사태 파악에 나설 수 있습니다. 물론 금전적 보상도 뒤따라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리스크 매니저에게 실권을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세상을 놀라게 할 또 다른 악덕 트레이더나 사기꾼이 계속 출현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태를 걱정하면서도 수수방관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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