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WTO제소 대응력 키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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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통상협상에 불만을 품은미국(美國)이 한국(韓國)을 첫번째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이다.미키 캔터 美무역대표부 대표는 4일 상원(上院)재무위 대외통상정책청문회에서 한국의 미국산 감귤 등 농산물에 대한 유독잔류물 검사요건과 관련,WTO에 분쟁해결을 요청했다고밝혔다.그는 한국과의 통상관계를 적극 재검토하고,필요하면 WTO의 통상분쟁해결절차를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앞으로 대한(對韓)통상압력을 늦추지 않겠다는 으름장 을 놓은 것이다.
이런 압력은 이미 예견했던 일이다.이제 한미(韓美)양국은 최대 30일안으로 쌍무(雙務)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그렇지 못하면 WTO가 직접 분쟁해결에 나서게 된다.WTO의조정이 있기 전에 韓美 두나라가 원만히 합의를 볼 가능성도 많다.우리 정부는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美측에 문제된 감귤에 대해 선통관(先通關)후검역(後檢疫)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양보입장을 전달했다.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우리는 이번 미국정부가 당초 입장(육류 유통기한)을 바꾸어 갑자기 감귤에 대한 검역을 문제삼아 WTO에 제소한 것으로 보아 미국업자의 말만 듣고 다분히 감정적 반응을 나타낸 것이라고생각한다.미국업자가 문제만 제기하면 앞으로 이런 일은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WTO제소를 크게 겁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미국의 압력이 계속된다 해도 우리의 대응태세만 충분하면 WTO를통해 분쟁해결의 길은 있기 때문이다.그에 대비,우리는 충분한 자료와 함께 협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관련업계의 실상을 정확히파악하고,합리적 기준과 통계를 갖고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당국자는 늘 일관된 주장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논리가 미흡하면 협상에서 밀리게 돼있다.
그리고 통상문제에 관한한 정부는 「별문제 없다」는 식의 임시방편의 말은 삼가야 한다.협상에 밀리고 난 다음 구차한 변명은국민의 불신만 사게 된다.앞으로는 협상전문가를 양성하고 명쾌한논리로 대응할 그런 태세를 갖춰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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