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어젠다 7 성공하는 대통령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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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 정부가 출범한다. 정권교체다. 정권교체를 실감나게 하는 건 사람의 교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름으로 임명되는 공직은 8000여 개(중앙인사위 집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에 따라 울고 웃어야 할 숫자다.

청와대 진용 갖추기를 끝낸 이 당선인 앞엔 조각(組閣)에 이어 차관 인사, 공기업 인사가 줄지어 있다. 정권 초인 만큼 선거 과정에서의 논공행상을 해야 한다는 유혹은 크다.

하지만 대통령의 인사는 정권의 성패와 직결된다. 잘못된 인사는 잔매처럼 정권의 속살에 상처를 입혀 여론의 등 돌림을 낳는다. 이 당선인은 스스로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라고 규정했다.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손익에 따라 행동하는 게 실용이다. 필요하면 적(敵)도 과감히 쓸 수 있어야 한다. 무산되긴 했지만 상대 대선 후보의 진영에서 일했던 사람을 첫 총리로 기용하려 했던 건 신선한 시도였다.

돌이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대부분 인사에서 비롯됐다. 첫 조각에서 노 대통령은 40대 군수(김두관 행자장관), 여성 변호사(강금실 법무장관) 등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몽돌과 받침대론’으로 고건 총리를 택해 반대 진영에 안정감을 줬다. 그랬던 노 대통령의 인사는 국회와 대립하며 팔이 안으로 굽는 코드 인사로 내달았다.

내 편에서만 사람을 구하는 일이 되풀이되자 인재 풀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청와대 행정관이 비서관으로, 비서관이 수석으로, 이 장관이 저 장관으로 오가는 재활용 인사가 반복됐다. 코드 인사는 반대 진영의 반발로 이어졌고, 그 반발에 코드 정책으로 맞서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나중엔 소외된 여당에서조차 코드 인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새 5년은 과거 정부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리처드 뉴스타트 전 하버드대 교수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설득의 힘이라고 정의했다. 설득은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 기술이다. 그래서 설득은 통합을 낳는다.

1996년 재선에 성공한 빌 클린턴(사진 右) 미 대통령의 정치적 앞길은 순탄치 못했다.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여소야대가 길을 막았다. 그는 “활력에 찬 중도(中道)를 창조하라는 민의가 드러났다”며 상대 당의 윌리엄 코언 상원의원을 국방장관에 지명했다. 코언은 그 뒤 4년간 국방장관으로 일했다.

지난해 5월 우파로 집권한 니콜라 사르코지(左) 프랑스 대통령은 좌파 지식인 자크 아탈리를 정부 개혁의 싱크탱크인 ‘성장촉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이어 좌파인 베르나르 쿠슈네르를 외무장관에 기용, 실용 프랑스를 상징했다. 이 당선인의 대선 득표율은 48.7%. 이제 이 숫자를 잊어야 한다. 귀찮고 힘들어도 반대자들과의 대화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 내 편 네 편을 가리기보다 여러 정파, 모든 분야에서 능력 있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다양한 목소리와 생각을 가진 사회 내부 엘리트를 골고루 소화하는 통합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렇게 할 때 지지의 폭을 넓힐 수 있고 대통령의 통치 역량도 위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통합의 리더십, 성공의 리더십도 거기서 나온다.

박승희·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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