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생 없는 대학들 통폐합 서둘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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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육부가 대학 간 인수.합병(M&A)을 허용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키로 한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학생을 못 채워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학, 특히 지방 사립대학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대학을 통째로 통폐합하든가, 유사.중복 학과를 정리하는 방법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지방 사립대학은 아사 직전이다. 지난해 14% 가량 정원을 채우지 못한 데 이어 올해도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를 빚은 한 전문대가 전체 교수 절반에게 명예퇴직과 휴직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수가 합격자들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월급의 일부를 공제하고, 입학생 전원에게 100만원씩을 지급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수능을 치르지않은 자영업자.공무원.주부를 선발하는 등 1학년을 모집하려는 대학의 안간힘은 정말로 눈물겹다. 그나마 확보한 학생도 2, 3학년이 되면 상당수가 편입시험을 통해 수도권 대학으로 옮겨가니 대학은 이래저래 죽을 지경이다.

지방 사립대학을 이런 상태로 방치했다가는 우리나라 대학 전체에 주름살이 끼고 국가 차원의 인력 양성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이런 대학이 무엇을 가르칠 것이며 졸업한들 취직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교수 밥자리를 위한 대학, 재단 돈벌이를 위한 대학은 사라져야 한다. 사립대 간 통합과 퇴출 절차를 법제화하는 문제를 하반기까지 미뤄서는 안 된다. 당장 서둘러야 한다.

한번 출연된 학교법인의 재산은 처분이 불가능한 현행 법을 우선적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초.중.고 재단처럼 대학재단 출연자에게 일정 부분을 보상해 주는 방안을 마련하면 재단들도 M&A에 호응할 것이다. 인수 대학의 학생을 보호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기업체가 대학을 인수해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도록 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지역별로 통합 논의가 활발한 국립대를 보면 M&A의 제일 큰 걸림돌은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교직원.동문.주민의 반발이다. 사립대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므로 교육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이해 관계자를 설득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