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감독의 ‘하녀’ 48년 만에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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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해로 10주기를 맞는 고 김기영 감독(1922∼98·사진)의 대표작 ‘하녀’(1960)가 할리우드의 명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이끄는 세계영화재단 의 지원을 받아 디지털로 복원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 조선희 원장은 12일 “세계영화재단이 ‘하녀’의 복원비용 1억7000여만원 가운데 8만 유로(약 1억2000만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세계영화재단은 각국 고전영화의 복원과 보존을 목적으로 스코세이지 감독이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출범했다. (본지 2007년 5월24일자 보도). 스티븐 프리어즈,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왕자웨이를 비롯한 저명 감독들이 자문위원으로 있다.

‘하녀’의 디지털 복원은 자료원 측이 재단 측에 한국고전영화에 대한 지원을 타진하면서 이뤄졌다. 이 영화를 인상 깊게 봤던 스코세이지 감독이 직접 추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원장은 “세계영화재단은 영화 관련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주로 지원하는데, 한국영화가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재단 측은 ‘하녀’를 포함, 터키·세네갈 영화 등 모두 3편의 고전영화를 복원해 5월 칸 영화제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김기영 감독은 그로테스크한 표현주의 기법으로 ‘충녀’ ‘이어도’ 등 개성 넘치는 영화 30여 편을 남겼다. 97년 부산영화제에서 열린 회고전을 전후로 젊은 관객 사이에 다시 보기 붐이 일었으나, 이듬해 2월 뜻밖의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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