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외교위원장 톰 랜토스 사망 … 북핵·위안부 해결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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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북핵 해결과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앞장섰던 톰 랜토스(80·민주·캘리포니아·사진) 하원 외교위원장이 10일 타계했다.

그는 1928년 헝가리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10대 때 나치 저항운동을 벌이다 독일군에 잡혀 홀로코스트(대학살)를 당할 뻔했으나 극적으로 탈출했다.

그는 1980년 하원의원에 첫 당선된 이래 14선을 기록했다. 28년 의정생활 대부분을 의회 내 ‘인권 코커스’ 공동의장으로 지내며 전 세계인의 인권 신장에 노력해 왔다. 특히 지난해 1월 하원 외교위원장에 취임한 뒤 6월 마이클 혼다 하원의원이 상정한 위안부 결의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일본이 방해 로비를 펼치자 랜토스는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며 희생자를 탓하는 (일본의)장난은 역겹다”고 일갈하는 찬성 연설로 결의안 통과에 크게 기여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은인’이라며 감사하는 이유다.

고인은 2005년 1월과 8월 두 차례 방북하는 등 북핵 문제 해결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북한 인권 개선을 적극 요구하면서도 북핵 문제는 강압보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대북 협상을 공개 지지해 하원 대북 강경파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주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말 식도암 발병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평양을 다시 찾아 김정일 위원장에게 직접 핵 포기를 설득하겠다는 열망을 굽히지 않았다.

백악관과 미 의회는 조기를 게양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은 애도 성명을 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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