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공심위원장’은 지금 … 박재승, 예외없는 잣대 ‘공천 특검’ 별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요즘 대통합민주신당에선 ‘당 최고 실세’가 손학규 대표가 아니라 박재승(사진) 공천심사위원장이란 얘기가 농 반, 진 반으로 떠돌아다닌다. 박 위원장이 총선 공천의 칼자루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손학규계·정동영계·민주당 합당그룹 등 모든 계파가 이구동성으로 공천심사위의 독립성을 주장하고 있다. 계파끼리 상호 견제가 심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박 위원장의 역할 공간이 커진 셈이다. 여기엔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박 위원장의 강직한 스타일도 한몫하고 있다.

사시 13회로 1973년 서울형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박 위원장은 77년 겁 없이 중앙정보부의 민원 청탁을 거절했다가 유신 정권에 찍혀 제주지법으로 쫓겨난 전력이 있다. 그는 10·26사태 이후에야 수원지법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81년 변호사 개업 후엔 민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지인들은 한결같이 그를 “외부의 영향이나 압력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박 위원장은 정치권에 친분이 있는 인사가 없어 당에서도 홀로 다닌다. 당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수행비서도 없는 ‘완전 독립체’여서 만약 본인이 연락을 끊는다면 우리도 찾을 길이 없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예외 없이 모두에게 엄중한 공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박 위원장의 공심위를 ‘공천 특검’에 비유하기도 한다. 의원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위원장이 정치권 생리를 몰라 ‘대형 사고’를 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당이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형 사고’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12일 전화인터뷰에서 “당 외부 공천심사위원 7명을 모두 접촉해 인선을 마쳤으나 누군지는 손 대표에게도 일러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것은 몰라도 ‘국민들이 싫어하는 유형’은 공천에서 반드시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천의 기준과 방법은.

“3월 20일까지 세 차례로 나눠 공천자를 발표하겠다. 여론조사와 면접의 양 축으로 진행하되 인물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겠다. 당과 지역 사정도 적절히 고려하겠다.”

-공심위는 어떻게 구성되나.

“당 인사 5명에 외부인사 7명으로 총 12명이다. 외부인사는 더 늘릴 수 있지만 당 인사 수는 절대 못 늘린다.”

-한나라당은 공천 과정에서 부패 문제가 이슈화됐는데.

“모든 것이 엄중해 부패 하나만 놓고 판단하긴 어렵다. 다만 부패에 대한 분명한 기준은 마련할 생각이다.”

김경진 기자

▒바로잡습니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81년 변호사 개업 후엔 민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라고 보도했으나 박 위원장은 민변에 가입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