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백일 財經院.建交部-기획.조정기능약화 他부처 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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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제 부처에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 사라졌다.슈퍼부(部)재정경제원의 파워에 다른 경제부처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다.』 『재경원에는 재무부만 있고 경제기획원의 기획.조정기능은 없어졌다.』 4월1일로 정부조직 개편1백일을 맞는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내리는 평가다.
물론 재경원은 『억울하다』고 항변하지만 막상 통상산업부나 건설교통부등 다른 경제부처의 입장에서는 옛 경제기획원과 같이 기댈 언덕이 없어져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경제부처들은 조정 역할을 청와대로 기대고,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재경원이 맡아야 할 조정기능이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덩치는 커지면서 필요성이 높아진 내부의 조정 기능은 거의 사라졌고,업무가 세분화되다 보니 막상 종합적으로 판단.추진해야 할 기획능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현상은 건설교통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정책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경원=다른 경제부처들은 과거와는 달리 예산.금융.세제실과바로 각종 정책을 협의하고 있다.
2.9중소기업 지원 9대 시책도 통상산업부에서 주로 금융실과거래했다.경제정책국은 철저하게 소외됐다.그 결과 중소기업 구조조정이나 인력 대책을 포함한 중.장기 구상이 빠진채 「지원 중심」의 정책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경제정책국의 지적이다.2월13일의 경기과열 여부 진단 발표도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그전에는 기획원이 과열로 진단해도 금융정책 수단을 갖고 있는 재무부가 움직이기 전까지는 큰 충격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정책 수단까지 거머쥔 재경원이 경기과열 여부를 진단하겠다고 나서자 이는 곧 정부가 긴축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졌으며 실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건설교통부=건설교통부 직원들은 요즘 부내에 각종 「정책」이실종됐다는 말을 자주 한다.
국토종합건설 계획 수정,국가 기간교통망 구축등의 물밑작업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전처럼 일사분란하지가 않다는 지적이다.또 무엇이 현안인지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과거처럼 건설정책과 교통정책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신경전을 펴는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여전히 구 건설부 직원들과 교통부 직원들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그래서인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뭄 때문에 물난리가 났는 데도 적극적인 수자원정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이고,최근에는 전세값 파동이 났는데도 대외적으로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梁在燦.朴義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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