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오빠부대 빠진 썰렁한 농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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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학생들 수업이 있는 날이라….』 남자실업농구 95코리안리그1차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4천5백석 규모의 제주 한라체육관은 21,22일 연속 3분의 1도 관중석을 채우지 못했다.인기를 몰고 다닌다는 기아자동차와 SBS.삼성전자의 경기가 잇따라 벌어지는데도 체육관은 썰렁했다.
남자실업농구연맹 관계자들은 『평일에는 학생관중이 없어 어쩔수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체육관이 썰렁한 대신 경기가 끝난 후인 오후6시 이후 선수들이 묵는 숙소 주변이 붐볐다.대개 학생복 차림인 10대소녀들이방과후 평소 좋아하는 「오빠」들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농구열기가 대학농구의 폭발적 인기와 「오빠부대」의열렬한 호응에 힙입었다는 점은 농구인 누구나 시인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철새처럼 왔다가 머리가 굵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또다른 즐거움을 찾아 떠나는 어린 팬들에게만 농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남자농구팀들이 프로농구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공감하면서도 안심하고 프로전환을 결행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반짝 인기」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다.
청소년팬들의 비명소리만 듣고 농구가 기반을 확고히 잡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농구의 위상은 아직도 외형적인 성장을 따라잡을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고 인기기반도 취약하다.
고정팬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있을 수 없다.
프로농구의 출범을 앞두고 농구의 인기를 중.장년층에 확산시킬수 있는 홍보대책이 시급하다.
제주=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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