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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돼야 ‘골프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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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진짜 골프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느 정도여야 할까. 미국 LA타임스는 7일 미국 ‘골프광협회(Golf Nut Society)’가 해마다 선정하는 ‘올해의 골프광’ 수상자들의 기막힌 일화를 소개했다. 1986년 설립 이후 협회는 매년 골프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진정한 골프광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암 수술 후 1년간 267회 라운드=2007년 수상자는 은퇴한 변호사 제임스 멀론(60)이다. 버지니아주에 사는 세법 전문 변호사 멀론은 2006년 58세로 은퇴한 뒤 골프광 상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해 말 전립선암 수술이 예정돼 있던 그는 수술 전 골프공을 두 개씩 치면서 최대한 빨리 걸어 하루 2라운드를 도는 훈련을 거듭했다. 매일 4라운드를 도는 효과를 노린 훈련이다.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직후에는 자신의 집 지하실에 설치해 놓은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계속했다. 심지어 체력 회복을 위해 여행을 하는 중에도 9번 아이언으로 연습 스윙을 하다 수술 부위가 터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미쳤다”고 핀잔을 주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2개월 반이 지나 수술 후유증이 극복되자마자 멀론은 곧바로 라운딩에 나서 9개월여 만에 모두 4806홀(267라운드)을 도는 기록을 세우면서 올해의 골프광을 거머쥐었다.

◇밤새 차 몰아 골프장행=골프에 대한 애착으로 유명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89년 골프광에 뽑혔다. 그는 88년 미 프로농구(NBA) 시즌에서 소속팀인 시카고 불스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공로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는 그러나 MVP 시상식에도 참가하지 않고 시카고에서 1400㎞나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 골프장에서 36홀을 돌았다. 89년 시즌이 끝난 바로 다음날에도 밤새 차를 몰아 파인허스트 골프장으로 달려가 이른 아침부터 친구들과 골프를 쳤다.

◇누이 세 명 골프공으로 맞혀=2003년 수상자인 캘리포니아주의 봅 페이건은 아무도 따라잡기 힘든 진기록들을 갖고 있다. 골프를 치면서 친누이 3명을 모두 골프공으로 맞힌 적이 있다. 그는 한낮 온도가 섭씨 45도를 넘는 7월의 팜스프링스 사막지대에서 하루 동안 18홀 골프장 6곳을 라운딩했다. 그는 2820권이나 되는 골프책과 319개의 골프 모자를 갖고 있으며 한 홀에서 무려 58개의 골프공을 찾아내기도 했다. 페이건은 더구나 부활절과 어버이날, 추수감사절, 성탄절, 배우자의 생일에 모두 골프를 칠 경우에 부여되는 ‘골프 미치광이 슬램(Golf Nut Slam)’을 달성하기도 했다.

◇빵 굽는 틈틈이 연습해 싱글=NBA 출신의 올해 88세인 밴디웨거(93년 수장자)는 골프와 빵 굽기가 취미다. 매일 빵을 굽는 밴디웨거는 밀가루 반죽을 해놓고 부풀어 오를 때까지 1시간 동안 퍼팅 그린으로 가 연습을 한다. 그러곤 집으로 돌아와 반죽을 오븐에 넣고는 빵이 구워지는 동안 칩샷을 연습한다. 그 뒤 다시 집으로 와 빵을 꺼내 놓은 뒤 식는 동안 연습을 한다. 빵이 다 식을 무렵 집으로 돌아와 포장을 한 뒤 골프장으로 가 자신의 파트너와 클럽 종업원, 친구 등에게 나누어 주는 일을 반복한다. 이 같은 열성 덕에 그의 골프 성적은 싱글에 가깝다.

◇대회 나가려 아내 출산일 앞당겨=아일랜드에 사는 이반 모리스는 2001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골프광에 선정됐다. 골프 칼럼니스트로 두 권의 골프 서적을 펴낸 그는 골프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임신한 아내의 출산일을 앞당겨 인공 출산을 하게 한 ‘공’이 높이 평가됐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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