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은 변액연금에 들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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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 재무설계에 있어 가장 어려운 대상이 50대다. 20대나 30대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 수익추구형 재무설계로 나가면 된다.

▶다양한 금융상품 개념과 장단점, 시장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반면 50대 은퇴자는 수익과 안전 모두를 생각해야 하면서도 자녀 결혼과 같은 목돈 지출이 빈번하기 때문에 재무설계상 충돌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50대 은퇴자는 각 금융상품이 뭔지 이해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 왜 필요한지 이유까지 아는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50세 기준 남자들의 기대여명은 28년 정도다. 만일 50세에 퇴직한 남성이라면 20년간 벌어온 소득으로 노후 30년을 살아가야 한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퇴직 후 남은 금융자산으로 생활하다 보면 추가소득이 없는 이상 오래지 않아 금전적으로 압박을 받게 된다. 하지만 50대가 꼭 챙겨야 할 금융상품을 알고 있으면 이런 압박을 피할 수도 있다.

◇변액연금 들기
50대 은퇴자들이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변액연금이다.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하는 데 국민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목돈인 퇴직금으로 거치연금을 활용해 원하는 시기에 일정금액을 종신 수령 받는 구조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여성의 평균수명이 더 긴 것을 생각하면 본인 사망 후 배우자 생활비 보장 차원에서 피보험자를 배우자로 한 연금수령 방식 혹은 부부형 종신연금이 적합하다. 부부종신형으로 52세에 2억원을 5년간 거치시 57세부터는 매월 약 120만원(투자수익률 6% 기준)을 받고, 62세부터 국민연금이 추가되면 매월 200만원 상당의 생활비를 확보하는 셈이다.

자금 여유가 있으면 금액을 늘려 수령액수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변액연금 상품을 선택할 때 유의할 점은 연금 개시 전까지는 일반 펀드로 운용되기 때문에 펀드 구성 내용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형과 채권형의 비중에 따라 위험수준과 수익률이 달라지고 여기에 따라 지급될 연금액도 달라진다. 보통 운용성과가 안정적이고 수수료가 저렴한 인덱스 펀드 위주로 구성된 상품을 선호한다.

◇5000만원 미만은 저축은행 상품으로
50대에는 목돈이 들어갈 일이 많다. 목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상호저축은행 정기예금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1~2%포인트 높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되기 때문에 부부 합산 1억원 한도에서 가입하면 고금리 상품이 될 수 있다.

20세 이상 2000만원 한도로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세금우대저축 상품에 가입하면 절세효과도 볼 수 있다. 세율이 9.5%로 일반세율 15.4%보다 유리하다. 전 금융기관 합쳐서 2000만원이 한도다. 요즘은 일반 시중은행에서도 정기적이진 않지만 특판 예금상품이 나오기 때문에 부지런히 신문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모으는 것이 유리하다.

◇금융공학 이용한 고수익 상품도
수익성을 더 고려한다면 주식연계증권(ELS)이나 RCF 같은 금융공학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이들 상품은 특정 종목이나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진다.

코스피 지수를 이용한 ELS는 원금이 보장되면서 연 기대수익률 8~9%를 기대할 수 있어 고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상품이다. 만기가 1~3년이 보통이지만 조건 달성시 원리금이 조기상환돼 재운용이 가능하다.

RCF는 만기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 때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파생상품 펀드다. ELS와 비슷한 구조지만 가입 후 90일이 지나면 언제든지 환매할 수 있어 유동성을 기대할 수 있다.

또 과세표준은 ELS보다 낮아 동일한 구조의 ELS보다 세후 수익률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다만 금융공학 상품이라 하더라도 각각 조건이 다르고 시장 여건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입하기 전 상품 내용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면
시황에 따라 몇 십% 이상 높은 수익을 누리고 싶다면 당연히 주식형 펀드로 가져가야 한다. 지난해 차이나펀드나 인도펀드 등 특정 국가에 투자된 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상황에서 알 수 있듯 이런 단일국가 투자 펀드는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손실 확률도 높다.

50대 은퇴자에겐 단일국가 펀드보다 브릭스(BRICs)펀드, 유럽러시아펀드, 코친디아펀드 등 여러 국가에 투자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을 줄여주는 자산배분형펀드가 적합하다. 유형별로 접근해 보면 가치주펀드 혹은 배당주펀드 정도가 무난하다. 주가상승기에는 순수 성장형펀드보다 수익률 면에서는 불리하지만 목돈이 부족한 투자자에게는 변동성이 비교적 낮은 펀드가 유리하다.

◇CMA와 실버보험 상품을 갖자
급하게 돈을 쓸 일에 대비해 약간의 유동성 자금은 갖고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증권사 CMA 계좌를 활용하면 된다. 보통 6개월치 생활비 정도가 적정하다. CMA는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고 금리도 연 5% 수준이다. 공과금 및 신용카드 결제 등 부가서비스가 있으며 체크카드 기능까지 선보여 가계의 지출통합관리에 유용하다.

매월 일정금액은 실버보험에 투자해 노후에 예상되는 의료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실버보험은 월 보험료 5만~10만원 수준으로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수억원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은 아니지만 본인이 실질적인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고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므로 꼭 챙긴다.

◇생활비 지급 정기예금
최근 은행에서 고령사회에 대비해 생활비지급 정기예금을 출시하고 있다. 보통 정기예금은 사전에 정해진 이율로 원리금이 지급되지만 생활비 정기예금은 목돈 예치 후 만기까지(보통 1~5년) 이자가 연금처럼 매월 지급되는 방식이다. 정기예금이라는 안정성과 연금이라는 보험성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퓨전 상품인 셈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금연서약서나 건강검진표를 제출하면 0.1% 내외의 우대금리를 추가로 지급한다. 특히 헬스케어 서비스,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무료대행, 세무·법률·부동산·재테크 전문가 상담 등의 서비스와 분할인출 서비스는 자녀 교육, 경조사가 많은 중장년층 세대에 인기다. 이 상품은 목돈은 있지만 당장 생활비가 부족한 퇴직자들에게 유용하다.

50대 은퇴자들은 노후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막상 현장에서는 주로 고수익 상품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드시 자신의 재정적인 상황을 알고 목적에 충실한 재무설계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50대에는 우연을 노리기보다 계획된 동선을 따라가는 것이 우선이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컨설팅본부장 logoswa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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