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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뒤치다꺼리 등 구태 벗어던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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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영구(高泳耉)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의 탈정치.탈권력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17일 시작해 오는 4일까지 열릴 4급 이상 전 간부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 워크숍의 특강에서다.

高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권 안보를 위해 뒤치다꺼리나 하고 총선 등 정치에 개입하던 구시대 정보기관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자"고 역설했다. 한 관계자는 "高원장의 탈정치 언급은 지난해 4월 말 부임한 이래 국정원이 정치 개입 의혹에서 멀어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강에서 高원장은 탈권위주의도 강조하고 있다고 참석 간부는 전했다. 高원장은 국정원 내 권위주의 문화를 없애기 위해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해왔다. 직원들이 불편해 한다는 간부의 말에 "원장과 함께 밥 먹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게 바로 탈권위"라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참석하는 행사에 국.실장이 도열하는 의전 행태도 깨버렸다. 원장이 금일봉으로 직원을 격려하던 문화도 사라졌다. "불필요한 격려 문화가 업무의 자발성을 해치고 윗사람 눈치나 살피게 한다"는 게 高원장의 말이다.

그는 올해를 '전문 정보기관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정해 변신을 위한 고삐를 바짝 잡아당기고 있다. 高원장은 특강에서 "1998년 이후 우리 원은 국내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 시도 41건을 적발해 31조원에 이르는 국부(國富)를 지켰다"며 "특히 지난해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 기술 관련 산업스파이를 잡아 13조9천억원의 피해를 예방했다"고 공개했다. "무한경쟁시대에 국가 안보의 파수꾼이 돼라"는 주문이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국정원 정보대학원에서 매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는 이 워크숍에는 정부에 쓴소리를 해온 안보 전문가 ㅈ교수 등도 강사로 초대됐다. 심야까지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과거 정부에서 국정원 내부 개혁이 구호에 그치다 보니 국민과 멀어진 것"이란 자성의 목소리가 소장파 간부를 중심으로 쏟아졌다고 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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