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돌을 맞는다.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 후 두 세대가 흘렀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다. 올해 창간 40주년을 맞는 <월간중앙>이 오피니언리더 100명에게 물어 건국 후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인물을 뽑았다. 한국을 상징하는 기업과 기관도 골랐다. 건국 후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치적 사건과 경제적 사건도 선정했다.월간중앙>
박정희·이승만·김대중. 건국 후 한국사회를 상징 내지 대표하는 정치인(복수응답)으로 오피니언리더의 과반수가 지목한 정치 거목들이다(박정희 96%, 이승만 86%, 김대중 57%). 특히 경제개발의 견인차 박정희와 건국을 주도한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절대적이다. 가히 한국정치의 양대 산맥이라 할 만하다. 6·15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낸 김대중은 3김 중 유일하게 과반수로부터 한국의 대표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취임도 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14%)가 이들 세 사람의 뒤를 이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김영삼(9%)·전두환(8%) 등 나머지 역대 대통령과 다른 정치인들(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4%, 신익희 전 민국당 최고위원 4%, 조봉암 전 의원)은 각각 10% 미만의 지목을 받았다. 현직인 노무현 대통령은 단 2명만이 건국 후 한국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뽑았다. 3김 중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단 1명만이 한국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지목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한 명만 뽑았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아무도 고르지 않았다. 17대 대통령선거에 나왔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역시 100명의 오피니언리더 중 누구로부터도 한국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지목받지 못했다. 박정희는 오피니언리더들의 종사 분야와 관계없이, 또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승만은 정·관계 인사들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고령층일수록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국을 상징하는 정치인|박정희·이승만·김대중·이명박·김영삼
박정희, 전 연령층 높이 평가 김대중은 경제인(21%)과 전문직 종사자들(44%)의 평가가 낮았고, 이승만과 반대로 고령층일수록 평가가 낮았다(40대 89%, 50대 59%, 60세 이상 36%). 김대중과 대조적으로 이명박 당선자는 전문직 종사자(44%)와 경제인들(21%)의 평가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을 상징하는 경제인|정주영·이병철·박태준
건국 후 한국사회를 상징 혹은 대표하는 경제인(복수응답)으로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96%),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84%) 두 거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목을 받았다. 3위는 49%가 지목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었다. 기업 현장을 떠난 지 15년 이상 되고 오너도 아닌 그가 현존하는 인사 중 1위를 했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최근 특별사면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45%), 이건희 삼성 회장(42%),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인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2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경제인들은 10% 이하의 오피니언리더에게서 한국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지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상징하는 경제인|김우중·이건희·유일한
3% 이상 지목받은 경제인을 열거하면 이렇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10%),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8%),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7%), 구자경 LG 명예회장(6%),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5%), 박두병 두산그룹 창업주(4%), 신격호 롯데 회장(3%),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3%). 신흥 금융그룹 미래에셋을 일군 박현주 회장과 벤처기업가 출신의 안철수 의장이 10위권 안팎인 것이 눈길을 끈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해 말 <이코노미스트>가 제정한 ‘CEO가 뽑은 올해의 CEO’에 선정됐다. 국내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방지 프로그램을 개발한 안 의장은 2002년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아시아의 리더 25인에 뽑혔다. 종사 분야별로 보면 정주영은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병철은 시민사회계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박태준은 반대로 시민사회계의 평가가 높았고, 연령별로는 40대의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높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위크>이코노미스트>
▶한국을 상징하는 석학|우장춘·최현배·이어령·양주동·이희승·이휘소
문화·예술인(복수응답)으로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47%)이 1위에 뽑혔다. 이어 10위권에 든 인사는 소설가 박경리(38%), 지휘자 정명훈(32%), 영화감독 임권택(29%), 시인 김지하(27%), 가수 조용필(24%), 화가 이중섭(23%), 작곡가 윤이상(18%), 소설가 황석영(16%), 시인 고은(15%) 등이다. 이 밖에 애국가를 지은 작곡가 안익태(13%), 성악가 조수미(13%), 소설가 김동리-디자이너 앙드레 김-가수 서태지(11%) 등이 10% 이상의 오피니언리더에게서 건국 후 한국사회를 상징 혹은 대표하는 문화·예술인으로 지목받았다. 화가 박수근-영화감독 신상옥-소설가 조정래-피아니스트 백건우-대중음악가 신중현(7%), 국악인 박동진(6%), 화가 천경자-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5%), 가야금 연주가 황병기-발레리나 강수진(4%), 가수 김정구(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박세리, 손기정 제치고 1위
▶한국을 상징하는 문화예술인|백남준·박경리·정명훈·임권택·김지하·조용필·이중섭
건국 후 한국사회를 상징 혹은 대표하는 스포츠인(복수응답)으로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 진출한 박세리(55%)가 첫 손꼽혔다. 박세리는 LPGA에 입문한 1998년 메이저 대회에서 2승을 거뒀고, 지난해 LPGA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2위는 베를린올림픽의 영웅 손기정 선수(46%), 3위는 선수 출신 프로축구 감독 차범근(33%)이었다. 이 밖에 10% 이상의 오피니언리더가 꼽은 스포츠인은 한국의 피겨스케이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29%), 미국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선수(22%),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마라톤 감독(2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국내 첫 프리미어리거 박지성 선수(18%), 한국 수영계의 기린아 박태환 국가대표 선수(16%), 김일 전 프로레슬링 선수(15%), 산악인 엄홍길(14%) 등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스포츠인|박세리·손기정·차범근·김연아·박찬호·황영조
석학으로는 씨 없는 수박 개발의 주역인 우장춘 농학박사(38%), 국어학자인 최현배 선생(34%),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30%), 양주동 전 동국대 명예교수(26%), 국어학자 이희승 선생(22%), 입자물리학 발전에 획기적으로 공헌한 이론 물리학자 이휘소 교수(20%) 등이 각각 응답자 20% 이상의 지목을 받았다. 42세의 젊은 나이에 의문의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 교수는 2005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0위권 중 현존하는 학자는 이어령 전 장관, 김태길 학술원 회장(13%),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11%) 등 세 사람이다. “한국 대표 기업은 삼성” 97%
▶한국을 상징하는 운동가|함석헌·장준하·박원순·김활란·전태일·문익환·백기완
건국 후 한국사회를 상징 혹은 대표하는 운동가(복수응답)로는 인권운동가 함석헌(77%), 통일운동가 장준하(42%), 여성운동가 김활란-시민운동가 박원순(35%) 등이 각각 1~3위에 선정됐다. 1970년 분신한 평화시장 재단사 출신의 노동운동가 전태일(31%), 통일운동가 문익환(30%)과 백기완(1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언론인 중에서는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48%), 송건호 전 <한겨레> 사장(38%), 선우휘 전 <조선일보> 주필(29%), 이영희 전 <한겨레> 고문(한양대 명예교수, 23%), 김중배 전 문화방송 사장(13%), 최석채 전 문화방송·<경향신문> 회장(13%) 등이 건국 후 한국사회를 상징 혹은 대표하는 언론인으로 꼽혔다. 경향신문>한겨레>조선일보>한겨레>조선일보>
건국 후 한국사회를 상징 혹은 대표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오피니언리더들은 각각 과반수가 삼성(97%)·현대(57%)·LG(56%) 등 세 그룹을 지목했다. 이 밖에 각각 응답자의 20% 이상이 한국의 상징적 기업으로 지목한 회사는 포스코(48%)·현대자동차(45%)·대우(25%)·SK(21%)·유한양행(20%) 등이다. 1968년 대일청구권자금을 투입해 설립한 포스코가 40년 만에 한국을 상징하는 기업 4위에 오른 것이 눈길을 끈다. 현대에서 분리된 현대자동차(45%), 외환위기와 함께 몰락한 대우(25%), SK(21%), 유한양행(2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민은행(5%)·두산(3%)·진로(3%) 등 나머지 기업은 응답률이 5% 이하였다. 건국 후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관·단체는 언론기관으로 조사됐다. 무려 응답자의 61%가 언론기관을 지목했다. 다음은 41%가 답한 군(軍)이었다. 이 밖에 오피니언리더의 10% 이상이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 기관은 국회(30%)·대학(20%)·국가정보원(17%)·검찰청(12%) 등이었다. 국세청(4%)·민주노총(3%)·법원(2%)·전교조(2%)·참여연대(2%) 등은 각각 5% 미만이 고른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기관은 전문직 종사자, 정·관계, 학계·연구계에서 많이 지목했고 시민사회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지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학계·연구계와 시민사회계에서 많이, 전문직 종사자와 경제계에서 적게 지적했다. 국회는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시민사회계가 적게 꼽았다.
▶오피니언리더들은 건국 후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치적 사건으로 한국전쟁을, 경제적 사건으로 외환위기를 지목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 주민들이 파괴된 대동강 철교를 타고 피란하고 있다.
대학은 시민사회계와 언론계가 뚜렷하게 많이, 정·관계,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들이 뚜렷하게 적게 지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언론기관은 고령층일수록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관으로 많이 적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국 후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국제적 행사는 단연 88서울올림픽(93%)과 2002 한·일 월드컵(92%)이었다. 1996년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5%)는 서울아시안게임(6%)보다는 적게 골랐지만 영향력 면에서 대전엑스포(2%)를 능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국 후에도 대한민국의 정세는 격동했다. 1948년 남북이 각각 정부를 수립한 지 2년 만에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났고, 민주정부를 무너뜨린 군사정부는 국민을 동원해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치적 사건은 무엇인가? 오피니언리더 열 명 중 일곱 명이 각각 한국전쟁(73%)과 박정희 정부를 등장시킨 5·16 군사정변(70%)을 꼽았다. 이승만 정부를 전복시킨 4·19혁명은 49%가 지목했다.
▶한국을 상징하는 언론인|김대중·송건호·선우휘·이영희
이 밖에 응답자의 10% 이상이 낙점한 사건은 6월민주항쟁(26%), 5·18광주민주화운동(25%),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15%), 6·15 남북공동선언(13%),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11%) 등이었다. 양대 정치사건 한국전쟁 & 5·16 문민정부 수립(4%), 유신헌법 제정(3%), 지방자치제 실시(3%), 국가보안법 제정(2%), 노무현 대통령 탄핵(2%), 전태일 분신(1%), 3당합당(0%), 한일협정 체결(0%) 등은 각각 5% 미만의 오피니언리더가 골랐다.
▶외환위기 당시 대한YMCA연합회 회원들이 외화 모으기 범국민운동을 벌이면서 소액 달러를 모으고 있다.
오피니언리더들은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제적 사건으로 외환위기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전체 응답자의 70%가 외환위기를 골랐다. 경제개발5개년계획도 응답자의 과반수인 58%가 선택했다. 개발경제로 이룩한 압축성장이 외환위기를 불렀다는 점에서 경제개발과 외환위기는 동전의 양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응답자의 45%가 답한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그 뒤를 이었다. 새마을운동(31%)과 금융실명제 실시(29%)는 각각 30% 안팎이 적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19%가 지목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1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8%), 개성공단 가동 등 남북경제협력(7%), 세계무역기구(WTO) 가입(6%) 등보다 한국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박정희 정부는 재임기간이 길기도 했지만 경제개발5개년계획, 경부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 등 건국 후 10대 경제사건 중 네 가지가 이 시절 일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이필재 편집위원 jel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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