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함께>연극전념 선언 유인촌 正劇무대에 승부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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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만능 탤런트 유인촌(44)이 TV활동을 줄이고 연극무대에 전념한다. 현재 출연중인 TV 프로중 MBC 『전원일기』만 빼고는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연극무대에 몽땅 쏟아 부을 작정이다.남들은 돈과 인기가 보장되는 TV 배역을 못따내서 안달이지만그는 미련스럽게도 고생길이 훤한 연극인생을 스스로 다시 선택한셈이다. 자신이 얼마전 직접 창단한 「극단 유」의 첫 작품은『문제적 인간 연산』(원작.연출 이윤택).여기서 그는 연산을 맡는다.자신의 전공인 「햄릿」만큼 단골로 맡아왔던 배역이다.
오는 6월께 막이 올라갈 이 작품을 위해 그는 온종일 여 기에 푹 빠져 있다.
『연산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게 처음이에요.우리 연극판을 보세요.모두들 뮤지컬이다,벗기기다며 눈요기연극에만 몰리는 것같아요.그러나 정극은 거의 없습니다.역사물은 언제했는지 이젠 기억도 잘 안나요.기껏해야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정도가 고작이죠.정극으로 한번 우리 연극을 활성화시키고 싶습니다.』 지난 16일밤 강남 스튜디오 현장.곧 종영될 SBS-TV『이 여자가 사는법』의 피곤한 강원도 촬영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는 쉬지도 않고 4시간 가까운 자신의 극단 연극포스터 촬영에 들어갈 만큼 열심이다. 그는 힘있는 연기자다.「표정연기」나 하는 맥없는 그런 배우가 아니다.동그란 얼굴,순한 표정,적은 말수는 영락없는 「샌님형」이지만 내면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는 대단하다.그 힘이제대로 전달되려면 「차가운」브라운관보다는 역시 무대가 제격이다.주변에서 그를 두고 「영원한 연극배우」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요즘 그의 하루는 달라졌다.뭔가 활력이 넘치고 생기가 돈다.
밋밋하기 짝이없고 매력없는(?) TV보다는 자신의 저력을 마음껏 분출시킬 연극무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랬지만 요즘은 더 진지하고 성실해진 것같아요.담배도 벌써 끊었고 술도 자제하지요.모든게 금기예요.그리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합니다.눈빛도 달라져요.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그럴만도 하죠』라고 부인 강혜경(36 )씨는 말했다. 연기생활 21년.그동안 그가 맡았던 극중인물은 수두룩하다.그렇지만 그의 전공은 역시 「햄릿」과 「연산」.정치적 음모와인간적인 고뇌,어머니와 관련된 콤플렉스,시대와 동.서양의 차이는 있지만 그것을 넘어 서로 닮은꼴이다.이 두역 ■ 두 국내 배우로선 가장 많이 맡아온데다 누가 뭐래도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있는 그 시대의 복잡한 심리의 비극적주인공들이다.그는 그 둘중 「연산」을 자신의 극단 창단작품의 인물로 골랐다.평소의 연극관 그대로 『정통극으로 연극을 되 살리기 위해서』다.그리고 그것을 위해 안방 시청자 대신 「자신을 직접 보러오는」 무대관객을 찾아 나선 것이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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