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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 몸 속에 식별 칩 심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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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년부터 서울 시내 애완견은 목에 마이크로칩으로 만든 개체식별장치를 삽입하고 다녀야 한다. 이 칩은 구청에서 지정한 동물병원 등에서 주사기를 통해 심을 수 있다. 비용은 동물등록 수수료를 합쳐 1만9000원이 든다. 등록을 하지 않았다가 단속되면 2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의 ‘동물 보호 및 관리에 대한 조례안’을 만들어 최근 입법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조례안이 규제개혁위원회와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4~5월 시행된다. 애견에 ‘생체 주입형 칩’ 장착을 의무화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처음이다. 현재는 한국애견협회 같은 민간단체에서 전자인식표라는 이름으로 자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칩에 동물등록번호 입력=개에게 주입하는 칩은 길이 8㎜, 지름 1㎜ 정도로 쌀알보다 약간 긴 편이다. 김윤규 서울시 생활경제과장은 “주사로 칩을 심을 때 약간 따끔한 느낌을 주지만, 개의 건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동물학대 소지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칩에는 동물등록번호가 심어져 있어 스캐너로 읽을 수 있다. 기본 기능은 수퍼마켓에서 물건값을 계산할 때 쓰는 바코드와 같다. 바코드는 지워지거나 훼손될 수 있지만 칩은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칩은 국제표준규격(ISO)을 사용해 외국에서도 호환이 가능하다.

◇분실견 찾는 데 유용=마이크로칩을 이용하면 분실견을 찾기가 쉬워진다. 구청에서 떠돌이 개를 붙잡아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보내면 먼저 칩에 담긴 동물등록번호를 확인한다. 이 번호만 있으면 개 주인과 전화번호·주소를 쉽게 조회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보호센터는 개 주인에게 전화로 연락한다. 그러면 개주인은 보호 일수에 따라 보관료를 내고 개를 찾아가면 된다. 칩이 없는 개는 보호센터에서 인터넷 공고 후 다른 사람에게 기증·분양하거나 도살한다.

사람이 개에 물렸을 때 개가 광견병 예방접종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데에도 이 칩이 활용된다. 비슷한 외양의 개가 여러 마리 있을 때에도 칩을 이용하면 각각의 개를 식별하기 쉬워진다.

애완견용 전자칩은 호주·뉴질랜드·일본·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선 이미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영국 등에선 애완견을 데리고 공항 세관을 통과할 때 반드시 칩을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수주의 기독교 단체 등에선 동물의 칩이 장래에 사람에게도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국가기밀 문서를 취급하는 공무원에게 전자칩 주입을 의무화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주정완 기자

◇분실 애완견=애완견은 현재 서울에서만 65만 마리를 키우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분실되거나 버려지는 개는 연간 1만5000마리 수준. 주인을 잃고 떠도는 개를 붙잡으면 강남·용산구는 인근 동물병원에 수용하고, 나머지 구청은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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