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건강’ 말로만 때운 그대 … 이번 설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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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찾아 뵙는 부모님. 반가움도 잠시, 부쩍 굵어진 주름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찡하다. 추운 날씨 탓인지 안색도 수척하고, 자식을 대하는 반응도 느릿느릿하신 듯하다. 건강은 괜찮은지 여쭤보면 “늙으니 눈도 침침하고, 가는 귀도 먹는 것 같지만 큰병 없으니 내 걱정은 말라”고 오히려 자식을 위로하신다. 며칠 동안 함께 지내는 설 명절 때 부모님 건강을 챙겨보자.

◇증상이 모호한 노인병=명절 준비로 피곤하다며 누워 지내려는 A씨(72·여)는 자식들이 우겨 간신히 병원을 찾았다. 간단한 진찰과 몇 가지 검사를 한 뒤 담당의사는 뜻밖에도 ‘폐렴’ 진단을 내렸다. 딱히 열도, 기침도 심하지 않아 ‘간단한 감기몸살이려니’ 여겼던 가족들의 놀라움은 컸다. 의사는 “노인은 면역반응이 활발하지 못해 병에 걸려도 뚜렷한 증상이 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노인은 A씨처럼 폐렴 같은 감염병에 걸려도 열조차 안 나기도 하고, 가슴 통증이 특징인 협심증을 앓아도 그저 ‘기운 없다’는 식으로 전신쇠약 증상만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기 질병은 장기 관리 필요=노인병은 대부분 몇 번, 혹은 일정 기간 치료를 받는다고 낫는 게 아니며, 반드시 장기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부모님이 이미 만성병으로 치료받고 있다면 며칠 동안이라도 약물 복용은 제대로 하는지, 해로운 식습관은 삼가는지, 운동을 비롯한 신체 활동은 규칙적으로 하는지, 노인정 방문 등 공동체 생활은 잘 유지하고 계신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빈발하는 백내장과 난청=보고 듣는 기능은 노년기 ‘삶의 질’과 직결된다.

우선 노안은 노화와 더불어 진행하는 병이다. 따라서 안경 도수는 2년에 한 번씩 시력 검진을 통해 적절한 렌즈로 교체해야 한다. 렌즈를 제때, 제대로 교체하는 데도 눈이 침침해지고 글씨가 겹친 듯 두 개로 보이는 등 시력 문제를 호소할 땐 백내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백내장은 60대 50%, 70대엔 70%가 환자일 정도로 흔하다. 치료는 백내장 때문에 일상생할이 불편할 정도면 뿌연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을 받아야 한다.

노인성 난청도 유병률이 65~75세 때엔 25~40%, 75세 이상에선 38~70%일 정도로 흔한데 고음(2000Hz이상)을 잘 듣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난청을 방치하면 말과 소리 구별이 어려워져 시끄러운 곳에선 대화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부모님이 이명을 호소하는 경우, 이전에 비해 부모님 목소리가 커졌다 싶을 때는 연휴 끝난 뒤 난청 검사를 받도록 하자.

 ◇관절염·요통 관리도 중요=관절 기능 역시 노년기 건강과 삶을 좌우한다. 관절 문제로 신체 활동이 줄면 갖가지 크고 작은 신체 질병이 잦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절에 문제가 생겨 걷기가 불편할 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대신 잇몸’이라는 말처럼 관절이 불편하면 일단 관절을 지지하는 근육 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설 명절 때 부모님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법이나 스트레칭을 가르쳐 드리자. 무릎을 약간 구부린 기마 자세를 5초간 취했다 다시 무릎을 펴는 동작이나 의자에 앉아 무릎을 펴고 다리를 드는 운동은 무릎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킨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종우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센터 김철호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하철원 교수, 서울대병원 안과 이진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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