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 주가 조작’ 1심 판결 … 외환은행 매각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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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계획대로 4월 중에 성사되기는 일단 어려울 듯하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인수합병할 당시 주가조작을 했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는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

사실 이날 대주주인 론스타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을 근거로 금융감독위원회는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 처분을 내릴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금감위가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승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론스타로선 손해 볼 게 없다. 금감위가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금감위는 별도로 진행 중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매각 처분이나 승인을 유보키로 했다. 홍영만 금감위 홍보관리관은 “법적 문제점이 해소될 때까지 매각 승인을 미루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론스타가 항소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헐값 매각 공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처분 명령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해소’란 원고나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거나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는 것을 가리킨다. 외환카드 사건뿐 아니라 헐값 매각 의혹 재판까지 모두 종결돼야 판단을 내리겠다는 얘기다. 금감위가 알아서 독자적인 판단을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HSBC와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해 맺은 계약의 시한은 오는 4월이다. 금감위가 이 같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4월까지 무슨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작은 셈이다. 게다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 관련 재판의 경우 아직 1심 선고일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금감위로선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서둘러 결론 낼 명분도, 이유도 없어졌다. 게다가 정부조직 개편으로 금감위는 금융위원회로 재편을 앞두고 있어 막판에 어려운 결정을 할 처지가 아니다. 누구도 책임지고 문제를 풀기가 어렵게 돼 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외환은행은 이날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47%인 4514억원을 배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외환은행 지분 51%를 보유한 론스타는 배당금으로 2303억여원(세전)을 받게 된다. 지난해 배당까지 합치면 2년간 6500억원가량의 배당수익을 얻은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처분한 지분 13.6%의 매각 대금이 1조1927억원에 달한다. 결국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회수한 금액은 1조8398억여원으로 당초 투자원금 2조1548억원의 85%가량이다.

김준현·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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