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구리는 연구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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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3국 하이라이트>
○·구 리 9단(중국) ●·박영훈 9단(한국)

장면도(52 ~ 65)=57까지 선수로 넘어간 실리가 짭짤하다. 백△가 절반은 죽은 목숨이라는 것도 안심이 된다. 중앙 흑은 두텁다지만 자칫 곤마도 될 수 있는 돌인데 퇴로가 확보된 것이다. 박영훈 9단은 기분 좋게 61로 씌워 공격에 나섰다. 백의 뒤를 추격해 63과 65로 달려가는 모습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집으로만 봐도 흑의 확정가는 줄잡아 50집. 백은 우변에 20집이 있지만 좀 급해졌다. 무엇보다 61~65까지 중앙을 제압당하면서 좌변 일대의 가능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게 불안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구리 9단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 그는 도주하는 와중이건만 상변 흑진의 바늘 끝만 한 빈틈을 용케도 찾아냈다.

실전 진행(66 ~72)=66으로 이은 뒤 68로 끊은 수가 절묘한 응수 타진. 흑이 A로 잡으면 백B가 선수로 들어 백△가 완생의 돌이 된다. 백△가 살아난다는 것은 흑▲들의 퇴로가 끊기는 것을 의미하며 C부근의 위협이 크게 가중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69쪽으로 잇자 이번엔 70으로 뚝 끊는다. 수가 안 나면 보태주는 수. 그러나 72로 빠지자 상변이 금방 탈이라도 날 것처럼 불안해졌다. 백D로 두면 당장 수가 나니까 응수를 하긴 해야 하는데 71쪽도 은근히 엷다. 공격하던 흑이 심상치 않은 사태에 동작을 멈췄다. 수 잘 내는 구리, 그는 아무튼 연구 대상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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