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가난한 쿠바 국민들이 미국인보다 덜 불행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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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는 행복한가
이정전 지음, 한길사, 308쪽, 1만3000원

경제학자가 쓴 행복론이다. 경제학 책 치고는 쉽고, 에세이나 마음수양서로 읽자니 이론적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부동산정책·교육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꿀 만한 지적과 제언이 여럿 담겼다. 신생 학문인 행복경제학을 알자면 1~3장을,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짚자면 4~7장을, 행복에 이르는 길을 보자면 8~12장에 초점을 맞춰 읽으면 되겠다.

돈이 곧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는 상식이다. 마찬가지로 경제성장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이를 ‘이스털린의 역설’이라 한다. 1970년대 경제학자 이스털린의 조사 결과 전체 국민 중 행복해 하는 사람의 비율이 가난한 쿠바나 부유한 미국이나 비슷했다. 행복감이 주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얻어지는 경향이 큰 탓으로 분석된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인 지은이는 국민 전체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보장이 없다면 경제성장이나 선진국 따라잡기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

자유가 많을수록 행복이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새롭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오늘날 실패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자신이 져야 하므로 진학·취업 등에 따른 심리적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이를 ‘선택적 징벌’이라 한다는데 어쨌거나 이 역시 행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은이의 집필 의도는 ‘제언’을 담은 후반부 5개 장에 담긴 듯하다. 낭비성 소비를 줄이기 위해 소득세보다 지출세가 필요하다, 생산기술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생활기술’을 교육해야 한다, 투기에 굶주린 유동성자금이 천문학적 규모인 만큼 공급 증대를 통한 부동산 투자대책은 효과가 없다는 등이 그렇다.

행복이 삶의 궁극적 목표라는 책의 전제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또 논란의 여지가 큰 보수적인 주장도 보인다. 그러나 행복한 삶을 위해선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사회적 협력, 나아가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그런 만큼 특히 정책결정자들이 눈 여겨봐야 할 책이다.

 
김성희 고려대 초빙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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