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패권국의 성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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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1천6백63억달러,올해는 1천7백억~1천8백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금리인하 전망 등 불리한 요인 한두 가지가 추가로 알려지면 그날로 달러貨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이번 달러貨 폭락도이같은 배경때문이다.비단 이번만이 아니다.지난 25년에 걸쳐 몇번이고 반복됐다.
재미있는 것은 폭락 이후의 반응 또한 일률적이라는 것이다.매번 미국은 느긋한 반면 일본은 안달이었다.이럴수가 있느냐 하겠지만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20세기 패권국으로서 최대의 이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이점이란 달러가 미국의 통화인 동시에 세계의 통화라는데 있다.이러다 보니 정부나 민간 모두 해이해질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패권국으로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또한 엄청났다.
여기에서 근년에 달라진 바가 있다면 민간부문이 사업재구축이다,업무재조정이다 하여 90년대 들어서부터 국제경쟁력을 회복한 점이다.그럼에도 매년 무역수지적자가 확대되어 왔다고 하면 이건정부부문의 적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흔히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를 마치 별개의 것인양 들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93년의 경우 정부부문은 적자가 2천5백47억달러였고 민간부문은 반대로 흑자가 1천5백8억달러였다.
결국 두 적자는 재정적자로 귀일되며 이것이 달러貨의 환율을 비롯한 미국경제의 암적존재인 셈이다.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어느누구도 재정적자를 적극적으로 줄이려고 하지 않는데 있다.재정적자 감축은 미국정치의 최대 난제인 것을 알고 있 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달러의존 세계통화체제가 바뀌어져야 하는데 이것도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워싱턴대학 모델스키(G.Modelski)교수의 1백년 주기설에 의하면 미국의 패권은 73년 이후 후퇴하기 시작하였으나 과도기가 2030년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당기간 환율변동에서 야기되는 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것 같다.
〈韓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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