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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holic] 로데오거리서 설빔 장만하는 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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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봉동 로데오거리

처음 로데오거리가 들어설 때만 해도 사람들은 ‘키치(kitch)’라고 수군거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원조’ 로데오거리가 명품 숍이 즐비한 하이패션의 거리인 반면, 우리의 그것은 이월상품을 파는 할인매장 위주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럴듯한 이름과 이미지만 빌려 왔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로데오거리는 나름대로 ‘한국화’에 성공했다.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쇼핑과 문화, 여가의 거리로 자리잡은 것이다. 설 연휴가 코앞이다. 이번 주말엔 서울 곳곳의 로데오거리를 걸으며 설 맞이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나들이도 하고 설빔도 마련하고. 걷기가 선사하는 일석이조의 선물이 바로 로데오거리에 있다.

글=객원기자 정유진·장치선 yjin78@joins.com, 사진=프리랜서 윤정묵

■공단이 패션 거리로 … 가리봉동 로데오

 가리봉동 로데오거리의 역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다. 인근의 봉제공장에서 생산하고 남은 옷을 팔았던 것. 외환위기 이후 대형 아웃렛 매장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패션의 거리로 거듭났을 뿐이다. 2005년 지하철 가리봉역이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바뀌면서 거리는 한층 더 화려해졌다.

가산디지털단지역 4번 출입구로 나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멀티 패션 건물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늘어선 신발·스포츠용품 전문 매장들이다. 여기서부터 로데오거리가 시작된다. 이곳 스포츠용품 매장들에서는 이월된 상품을 최고 7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다. 또 하나 많이 눈에 띄는 건 신사복 매장. 가산동 부근에 신사복 공장이 많이 들어선 때문이다. 신상품도 최고 10~20%까지 에누리해 준다니 조금만 발품을 팔면 주말 나들이와 알뜰 쇼핑을 겸할 수 있다.

파크랜드 아울렛, 카리스마 아웃렛을 차례로 통과해서 지나면 로데오거리의 중심인 중앙로에 서게 된다. 동대문의 대형 의류 쇼핑몰과 일반 로데오거리를 절묘하게 합쳐놓은 듯한 거리 풍경이다. 마리오 아웃렛과 W-몰 등이 가장 큰 멀티 매장이고, 이곳을 기점으로 200여 개의 크고 작은 가게들이 십자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연인과 함께 데이트를 한다면 숙녀복과 캐주얼복 매장이 밀집한 디지털단지 5거리 방면으로 쭉 따라가 보자. 아이쇼핑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나섰다면 한 번에 다양한 쇼핑이 가능한 멀티 매장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마리오 매장은 오늘(1일)부터 10일까지 설날 선물 대잔치를 한다. 기존 세일에 추가 20% 더 세일을 하며 2, 3, 4일에는 구매고객에게 가래떡을 준다.

가리봉동 로데오거리 아웃렛 매장에서 알뜰 쇼핑을 하려면 시즌 1~2개월 전에 찾아가는 게 좋다. 재고가 넉넉해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같은 브랜드도 아웃렛 매장마다 가격 및 할인율 차이가 있으니 꼼꼼하게 비교할 것.

■로데오거리의 원조 … 문정동 로데오

문정동 로데오거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로데오거리로 꼽을 만하다. 92년 브랜드 의류 재고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지금의 로데오거리가 완성됐다. 외환위기 이후엔 홍콩·대만·일본 등 외국인 관광 필수코스가 되기도 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외국인 단체 관광객 버스가 종종 눈에 띈다.

지하철 8호선 문정역으로 나와 500m가량 거리에 카우보이가 말을 탄 조형물이 눈에 띈다. 카우보이 조형물과 한신아파트 사이로 난 길에서 현대아파트까지 약 2.5km 거리가 바로 문정동 로데오거리다. 로데오거리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여성복·남성복 매장들이 늘어서 있다. 모즈쇼핑몰(MODS)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신사복 매장과 골프용품점이 밀집해 있는 걸 볼 수 있다. 정상가 매장과 최대 50%까지 할인행사를 하는 매장들이 뒤섞여 있다. 크고 작은 여성복 매장들 외에도 컬렉션, MODS, DUMP, C★F, 콜렉티드, 코오롱, ANGELOS 등 대형 멀티 매장도 꽤 여러 개 들어서 있다. 가격과 스타일을 비교하면서 멀티 매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난다. 원조 로데오거리답게 다양한 행사와 문화축제, 자선바자도 많이 열리는 편이다. 올해부터는 상점가진흥조합에 가입한 매장들끼리 돌아가면서 수입의 일부를 성금으로 낼 계획이 다. 2월의 불우이웃돕기 담당 상점은 올리비아 로렌과 SOUP다.

■테마별 패션타운 … 목동 로데오

지하철 5호선 목동역에서 2번 출입구로 나서면 바로 목동 로데오거리다. 문정동의 뒤를 이어 1994년에 형성된 목동 로데오거리는 비강남권 로데오거리의 원조 격이다. 목동 로데오거리의 특징이라면 숙녀복, 캐주얼복, 골프복, 남성복 매장들이 흩어지지 않고 모여 있어 테마거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구에는 주로 숙녀복 매장들이 모여 있어 20~30대 여성들의 시선을 당긴다. 약 500m쯤 되는 숙녀복 거리에는 겨울 제품들을 50% 할인 판매하는 곳과 벌써 봄옷을 파는 곳이 섞여 있다.

숙녀복 거리를 지나면 목동 로데오거리의 중심지인 신정중앙로다. 외국의 유명 캐주얼과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 있어, 10대부터 30대까지 가장 많은 쇼핑객이 몰리는 곳이다.

캐주얼·스포츠거리에 있는 노스페이스와 코오롱스포츠 등의 아웃도어 매장은 본 매장과 가격 면에서는 다를 바 없다. 대신 구매 가격의 7%를 적립해준다. 또한 오버사이즈 제품들을 많이 취급하기 때문에 체격이 큰 등산·레저 매니어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스포츠·캐주얼거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골프 거리가 시작된다. 2000년 이후에 조성됐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꽤 확장됐다. 숙녀복거리처럼 할인 행사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여러 매장이 밀집해 있어 가격 비교 쇼핑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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