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종교에서 철학으로" F.M.콘퍼스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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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철학의 등장=신화의 죽음.이것이 지금까지 서양지성사에 대한 교과서적 이해였다.서기전 6세기께 탈레스의 등장으로 과학적 사유가 시작되면서 신화와 종교는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와 같이 잘못 알려진 교과서적 이해의 틀을 부수고자 한다.
영미권에서 고전철학에 대한 권위자의 한 사람으로 통하는 저자는 철학으로 대변되는 이성적 사유,과학주의와 신화로 표현되었던종교적 표상 사이에는 의미의 연속성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한편 당시 그리스사회에서는 과학적 전통과 신비적 전통이 혼재해 있었음을 설명한다.과학적 전통은 호메로스.올림피아종교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으며 신비주의의 전통은 오르페우스와 디오니소스종교가 그 영양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종교와 철학 사이에 외적 차이는 있다.종교가 신화적 인물을 표현할때 시적 상징을 사용한다면,철학은 건조한 추상의 언어를 사용한다.그럼에도 이들은 내재적으로 연속되어 있다.이것을저자는 신.영혼.운명.법칙 등과 같은 개념의 추 이를 통해 입증한다.「운명」이라는 개념은 「자연법칙」의 개념으로 대체되었으며 신화에서 「신」은 형이상학으로 변화됐다는 것이다.〈남경희 옮김.이화여대 출판부.3백20쪽.9천원〉 〈金蒼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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