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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엔高 대응의 자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엔高때문에 정부는 물론 은행이나 기업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자칫 알맹이 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분석이 단기 손익계산에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이다.가령 연말까지 달러당 90엔을 유지한다고 치면 10억달러 이상의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다든지,조선(造船)은 대일(對日)우위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자동차.반도체등도 엔高혜택을 볼것이라고 한다.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냥 지나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우선 「예측이 빗나감에 따른」손실을 생각해보자.사실 새해초 국내 전문가들은 올해에엔貨가 다소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엔高에 따른 수입원가의 상승을 곧바로 가격에 떠넘길수 없다면 이익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사무라이본드(엔貨로 표시된채권)등 엔화부채를 가진 12월결산 상장사(上場社)들의 환차손(換差損)이 1천3백억원에 이른다는 계산도 있다 .
따라서 이번 기회에 리스크(위험)관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최고경영층이 관여하는 종합적인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가령 美모건은행은 매일 한차례 「4시15분 보고」에서 주가.
환율.원자재가격의 변동이 초래할 위험을 점검한다.
둘째,엔高를 이기기 위해 일본기업의 해외진출이 더욱 활발해질것이다.과거에는 주로 저임금을 찾아 나섰으나 최근에는 25인치이상 대형TV등 중.고급의 하이테크도 대상이 되고 있다.이것은장기적으로 일본이 진출하는 아시아 각국의 품질 경쟁력이 한국에직접적인 위협이 될수 있음을 의미한다.일부에서는 일본기업을 국내로 적극 유치하거나 합작해보라고 하지만 문제는 국내의 여건이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은 투자절차를 단순하게 하거나 세금혜택을 주는 것과 같은소극적인 대응으로는 효과를 거둘수 없다.싱가포르처럼 한국이 전진기지가 돼 주변국(우리로서는 중국이나 러시아)으로의 진출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또한 금융.교통.통신등 환경을 정비하고시스템디자인과 같이 생산에 직접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가진 고급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끝으로 달러값이 떨어진 만큼 미국기업의 값도 싸졌다.아기이유식으로 잘알려진 거버(Gerber)도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다.
새해들어 외국인에 의한 기업매수합병(M&A)이 총1백8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국내기업이 최근 인수한 것도 몇건 되지만 좀더 적극적일 때가 아닐까.
〈權成哲 증권금융전문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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