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세계 자동차 관계자 300명 모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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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포스코 사장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포드, 일본의 도요타·혼다·닛산, 프랑스의 푸조.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계 전문가들이 3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모였다. 부품 업체 관계자까지 합치면 300명을 넘었다. 자동차용 강판을 세일즈하기 위해 포스코가 마련한 행사(제1회 글로벌 EVI 포럼)였다.

철강 업체 최종의 꿈은 자동차용 강판에서 최강자가 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실력을 결집해야 좋은 제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현재 이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이 9%로 3위다. 인도의 아르셀로미탈이 20%로 1등이고, 2위는 10%인 신일본제철이다.

윤석만 포스코 사장이 이날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은 신일본제철을 따라잡기 위한 것이다. 그는 “신차의 디자인 단계에서 철강 업체가 참여하는 EVI(Early Vendor Involvement)방식을 도입하면 자동차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인 자동차 업계와의 공동 연구로 고객 입맛에 맞는 강판을 공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신차 개발이 끝난 뒤 비로소 주문을 받아 철강재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 초기부터 어떤 철강재를 어떻게 가공할지 고객사와 긴밀히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크라이슬러와 이런 공정을 일부 진행해 왔다. 앞으로는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이런 작업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자동차 강판 시장에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2002년 자동차 강판을 차세대 전략 제품으로 내걸고 시장 개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강판은 가벼우면서 강해야 한다. 또 가공하기도 쉬워야 한다. 이런 제품을 만들려면 모든 기술력이 집중돼야 한다. 가격도 일반 철강제품보다 20~30%나 높은 데다 일단 한 차종에 공급하면 그 모델이 단종될 때까지 꾸준히 팔 수 있다.

문제는 새로운 고객을 잡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또 자동차 업체마다 품질 인증 규격이 제각각인 데다 부품 실험 기간도 1~2년씩 걸린다. 이동진 자동차강판수출실 팀장은 “품질 인증과정이 까다롭다 보니 자동차 회사들도 기존 거래처를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초기에 시장을 뚫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완성차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포스코 제품 구매에 나섰다. 이후 포스코는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5년 만에 매출을 세 배로 늘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혼다 태국법인의 스치야 고지 구매담당 부장은 “혼다 본사도 포스코의 품질을 인정하고 구매를 늘릴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석만 사장은 “자동차 강판 수출이 매년 50만t씩 증가해 지난해 처음 내수를 추월했다”며 “올해는 620만t을 생산해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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